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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국민연금이 7월부터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재개하면서 시장에서 제기된 ‘매도 폭탄’ 우려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최근 코스피 상승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웃돌자 수십조원 규모의 매물이 한꺼번에 출회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른 가운데, 국민연금은 장기 자산배분 원칙에 따른 점진적 조정일 뿐 대규모 매도 가능성은 과장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리밸런싱이 단기간에 대량 매물을 내놓는 절차가 아니라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적인 운용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수십조원 규모의 매도 추정치 역시 여러 가정을 전제로 계산한 잠재 조정 물량일 뿐, 실제 7월 매도 규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본인 명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제기된 ‘74조 매도폭탄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이사장은 “일단 ‘74조’ 수치가 틀렸다”며 “어떻게 계산했는지 모르지만 터무니없는 숫자다. 언제부터 애널리스트가 ‘점쟁이’ 노릇을 하게 되었는지 의아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부터 한시적으로 유예했던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이달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는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로, 국민연금이 공개한 설명자료에 따르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2027년까지 20.8%를 유지한다. 향후 비중 조정 여부는 내년 중기자산배분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연기금은 구체적인 매매 시점과 규모, 대상 종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운용 계획이 사전에 노출될 경우 선행매매나 추종매매를 유발해 시장을 왜곡하고 기금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리밸런싱을 ‘매도 폭탄’으로 해석하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에 들어가더라도 ‘폭탄’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며 “지난 5월 기금위에서는 리밸런싱 규칙을 바꾸면서 점진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시행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리밸런싱은 특정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면서 포트폴리오 비중이 목표 범위를 벗어났을 때 이를 다시 맞추는 운용 방식이다. 국내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일부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진 자산을 늘려 전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매매가 아니라 장기 투자 원칙에 따른 위험관리 성격이 강하다. 시장에서 언급되는 수십조원 규모 역시 일정한 비중까지 조정한다고 가정했을 때 계산되는 이론적인 수치일 뿐, 실제 집행 물량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리밸런싱을 저울과 시소에 비유했다. 그는 “말 그대로 ‘리밸런싱’은 재조정”이라며 “저울이나 시소를 떠올리면 한쪽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기울어지면 무거운 쪽을 조금 덜어내거나 가벼운 쪽에 조금 더 얹어서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너무 무겁다고 크게 덜어내면 또 어긋나기 때문에 조금씩 정교하게 해야 한다”며 “그래서 리밸런싱은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리밸런싱 여부 역시 단순히 코스피 지수만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단순히 코스피 지수가 올랐다고 리밸런싱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가 수준뿐 아니라 채권, 대체 등 다른 자산의 수익률, 주가 변동성, 금리, 환율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자세한 것은 국민연금의 전략을 역이용하는 세력이 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국민연금의 비중 조정이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만큼 리밸런싱 과정에서 연기금 순매도가 이어지고 외국인 수급이나 금리,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 단기적으로는 증시 상승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상승폭이 컸던 대형주를 중심으로는 수급 부담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를 근거로 ‘며칠 안에 수십조원이 시장에 쏟아진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실제 집행 시기와 규모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장기간 분산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리밸런싱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자극적인 ‘매도 폭탄’ 전망보다 실제 연기금 수급 흐름과 시장 반응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정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그 과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민연금 측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단기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국민의 노후자금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공적 연기금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올랐다고 바로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고 떨어졌다고 바로 사들이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 기업의 성장과 함께 하는 ‘유니버설 오너(보편적 소유자)’로서 국민의 이익과 노후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국민연금의 실제 순매도 규모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 수급, 기업 실적, 정책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리밸런싱 자체보다 시장이 이를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