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달라” “못 내린다” 팽팽…삼전닉스 영끌 몰리던 기흥, 현장은 혼선 [부동산360]

막판 계약 전화↑…급매 문의도
집주인들 “놔두면 결국 오른다”
규제지역 학습효과에 호가 안 낮춰
매수자·매도자 상황별 셈법 복잡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소재 백화점 ‘AK& 기흥’ 뒷편으로 보이는 ‘힐스테이트기흥’, ‘기흥역센트럴푸르지오’, ‘기흥역더샵’ 등 단지 전경. 신혜원 기자


긴가민가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묶을 줄은 몰랐죠. 당장 계약하려는 20대 신혼부부 거래를 중개 중인데 몇천만원이라도 깎고싶어 하지만 집주인은 급할 거 없단 입장이에요. 그전 규제지역들 가격 오르는 걸 보고 깨달은 게 있으니 굳이 내릴 이유가 없는거죠.

기흥역 인근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용인)=신혜원 기자] 동탄·구리·기흥이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올 들어 2030세대 실수요 및 투자수요가 집중된 기흥역 일대 단지들에선 매도자, 매수자 모두 셈법계산이 복잡해진 분위기다. 토허구역 지정 전까지 가격을 더 낮춰 계약하려는 매수자와 ‘규제가 적용돼도 결국 오른다’며 호가를 유지하는 매도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선 세제개편안까지 보고 판단하겠다며 매수 시기를 늦추는 매수자도 나타나는 등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오후 찾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정부의 기습 발표에 따른 당혹스러움과 규제 전 계약을 서두르려는 분주한 움직임이 공존했다. 젊은 부부가 계약서 서류를 살펴보고 있거나 중개사와 상담을 하고 있는 곳도 서너 곳 눈에 띄었다.

1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5일부터 토허구역으로 추가 지정한다는 발표 직후 규제 전 매수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도 잇따랐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기흥 대장주 단지인 ‘힐스테이트기흥’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단지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규제 발표 후 기존에 기흥 아파트 매수를 고민하시던 분로부터 문의 전화가 꽤 왔다”며 “옆 부동산에선 오늘 당장 계약서 쓴다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기흥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와 현대자동차 마북캠퍼스, 현대모비스기술연구소 등이 있고 SK하이닉스 셔틀버스가 지나 대기업 직장인들의 매수세가 유입돼 올 들어 기흥역 인근 단지를 중심으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여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힐스테이트기흥’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달 13일 12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9억7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반년이 채 안돼 3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규제 전에 사고싶다는 매수 문의는 있지만 단기간 급등한 실거래가 및 호가에 대한 심리적 저항으로 매도자와의 가격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힐스테이트기흥 84㎡ 호가가 12억원선인데 규제 전에 그 가격대에 안팔리면 그냥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집주인들 전화도 있었다”며 “규제 적용되면 그 이후 매물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힐스테이트기흥’, ‘기흥역센트럴푸르지오’, ‘기흥역더샵’ 단지 모습. 신혜원 기자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토허구역으로 묶여도 수지나 분당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며 “전례들이 있으니 매도인들 입장에선 굳이 가격을 안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500만원 깎으면 많이 깎은거고, 안 올리면 다행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갈아타기 등을 고려한 매도자들은 토허구역으로 묶이기 전 팔기 위해 호가를 낮춘 사례도 나타났다. 기흥역더샵 인근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처음에는 안 급하다며 호가를 5000만원 올렸던 집주인도 아침에 규제 발표되자마자 가격을 조정할테니 그 전에 팔아달라고 전화왔다”며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매수 의사가 확실한 매수자들은 급매물을 기대하며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관망세로 돌아선 수요자들도 적지 않다는 게 공인중개사무소들의 이야기다.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쪽 단지는 대기업 직장인들 말고 젊은 투자자들도 많이 유입된 곳”이라며 “실거주 목적이면 상관이 없지만 앞으로 갭투자가 안되고, 내년 12월까지 규제로 묶여 향후 매도시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인지 아닌지 등 계산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오늘 집 보겠다고 했던 약속도 취소됐고, 여러 건 잡힌 주말 예약도 전부 취소됐다”며 “7월 말에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낸다고 하니 세금 문제까지 일단 확인하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매수자, 매도자 각각의 상황마다 다른 셈법에 막차 수요가 있어도 막차 거래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 업계의 관측이다.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워낙 가격이 많이 올라서 규제 전에도 거래가 주춤했던 상황”이라며 “가격에 대한 시각이 다르니 거래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전날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 등 3곳을 7월 1일부터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또한 시·도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3곳을 오는 5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