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충청권 성장엔진산업, 상향식 국가균형성장 적기


반도체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지역산업의 발전경로를 바꿀 기업 투자계획과 지원정책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계경제가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구조 대전환기에 진입한 지금, 지역은 그 파고 앞에 서 있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수도권의 성장 과실이 지방으로 흘러내리는 낙수(落水)효과와 전이(轉移)효과에 기대어 왔다. 하지만 이 전통적 성장체계는 낮은 성과에도 답습되어 오면서 오히려 국가 성장잠재력의 발목을 잡고,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와 지역경제의 탄력적 역량마저 약화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이 집적된 수도권 같은 메가폴리스가 최첨단산업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최근 흐름은 다르다. 급격히 확대되는 첨단산업 투자수요는 물리적 공간, 전력·용수 같은 기초 인프라 확보를 중대한 선결요건으로 만들면서 역설적으로 지역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정책환경도 같은 방향이다. 정부는 기업의 지역투자를 적극 지원한다는 전략 아래 5극3특 중심으로 정책재원을 성장엔진에 집중·연계하며 지역성장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대규모 비수도권 투자계획은 이러한 기업 수요와 정부 지원이 맞물린 결과다. 지역의 입지적 우위와 성장엔진 산업 중심의 동력 확보 전략이 결합하면, 지역성장이 국가성장을 견인하는 상향식 성장체계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전환의 중심에 충청권이 있다. 충청권은 상향식 성장을 이끌 잠재력을 두루 갖추었다. 수도권과 남부권을 잇는 점이(漸移)지대라는 전략적 위치와 다수 국책연구기관과 우수 대학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충청권 성장역량을 뒷받침한다. 나아가 충청권은 향후 성장체계의 핵심축이 될 최첨단 성장엔진 산업이 규모와 집적도 양면에서 두텁게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는 비수도권 중 생산ㆍ고용ㆍR&D 역량이 가장 우수하며, 거론되고 있는 기업 투자계획만 수백조 원에 달한다. 디스플레이는 OLED 세계 1위 기업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전국 생산액의 48%, 수출액은 58%를 기여하는 등 상당 규모와 수준의 산업기반을 갖추고 있고, 이차전지는 고용 비중이 전국 평균을 3배 이상 상회하며 전국 생산액의 46.3%를 점하는 국내 최대 완결형 클러스터다. 바이오는 R&Dㆍ임상ㆍ생산ㆍ실증 전주기를 갖춘 비수도권 최대 클러스터로 전국 생산액의 33.2%를 차지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는 충청권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이면서 국가산업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충청권 성장엔진 분야는 지역의 노력과 기업투자, 정부의지가 녹아있으며, 상호 간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모든 주체의 의지가 한 방향으로 모였다는 점이야말로 충청권 성장엔진 산업 분야의 가장 큰 저력이다.

성장의 무게중심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지금, 충청권의 첨단산업 육성은 한 지역만의 과제가 아니다. 지역 성장을 통해 국가 성장체계의 지역주도성(상향성)을 완성하고 첨단분야 지역성장이 국가 전체로 확산되는 연결점이자 출발점이다.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명제가 첨단산업 시대를 맞아 충청권에서 다시 증명되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 가교를 충청권이 놓을 시간이다.

이상호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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