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올리면 집값 떨어질까? 전문가는 “아니, 공급·임대차 시장봐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360]

이달 말 세제개편안 발표, 양도·보유세 등 손질 전망
개편안 강도 따라 일부 매물 출회 기대, 금리인상 변수
공급 부족, 전월세 불안 지속…“집값 상승 자극할 것”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표가 붙어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정부가 이달 말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한다.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개편안이 집값 안정의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세 부담 강화만으로는 집값 상승세를 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규제 강도와 적용 대상에 따라 일부 매물 출회 효과는 나타날 수 있지만, 공급 부족과 임대차 시장 불안 등이 여전히 집값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유·양도세 같이 올리나…등록임대 겨눈 정부, ‘매물 끌어내기 총력’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실거주 중심’ 원칙 아래 취득·보유·양도세를 아우르는 과세 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보유세 개편 방안으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 인상과 과표구간 및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이다. 특히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시행령 개정만으로 추진할 수 있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양도소득세도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가구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는 단순 보유보다 실거주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장특공제 혜택이 서울 고가주택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만큼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비중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 확정된 양도세 기준 장특공제액(총 8638억원) 중 서울 소재 고가 주택에 적용된 공제액은 총 7823억원으로 전체의 90.6%를 차지했다.특히 30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의 장특공제액만 전체의 4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임대주택 혜택을 손봐 ‘매물 잠김’을 풀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임광현 국세청장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등록임대사업자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손질하면 서울에서 6만8000가구 규모의 공급 효과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주택의 모습 [헤럴드DB]


“공급 부족, 임대차 시장 불안 여전…세제 개편만으론 한계”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제개편안의 강도에 따라 하반기 부동산 시장 흐름이 일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집값 안정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공급 부족, 임대차 시장 불안, 고환율·고물가 등 집값 상승을 이끄는 요인들이 다층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당장 공급 여건부터 녹록지 않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작년 대비 26.9%가 감소했다. 2027~2029년 3년간 서울의 연평균 예상 입주물량은 1만332가구로, 적정 입주물량인 4만7000가구에 비해 한참 못미친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공급대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더라도 시장엔 단기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공급부족, 임대차 시장 불안이 전월세 가격을 높이고, 결국 매매가격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인상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되지만,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이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의 대출 의존도가 낮아진 점도 매물 출회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 전문위원은 “서울 핵심지는 대출 비중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고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올 유인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중저가 단지 위주로 거래가 늘면서 서울 외곽 등으로 거래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 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임세준 기자


임대차시장 불안은 집값 상승세를 키우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다섯째 주(6월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한 주간 0.30%가 올랐다. 올해 서울 전세 누적 상승률은 5.10%로 매매 상승률(5.11%)과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을 떠받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집값 안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 조정보다는 거래량 위축이 나타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보유세 올려도 양도세 무서워 못팔 것”


고환율·고물가로 공사비 상승세가 장기화되는 점도 집값 상승 변수로 꼽혔다. 공사비가 오르면 신규 분양가가 높아지고 주택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할 경우, 오히려 집을 팔지 않고 버텨 시장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한 뒤, 집주인들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이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5월 9일 6만8495건에서 이달 3일 6만1381건까지 떨어졌다.

양도세 중과 부활 이후 다주택자들의 경우 매도에 따른 세 부담은 급격하게 오른 상태다. 함 랩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2008년 1월에 8억500만원에 사서 양도세 중과 부활 전인 5월 1일 35억원에 매도했다면 2주택자는 8억5173만원의 양도세를 부담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 판다면, 양도세 부담액이 18억3544만원으로 약 111% 뛴다.

함 랩장은 “위의 사례처럼 아무리 보유세를 높여도 매각 시 부담해야하는 양도세가 지나치게 크다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매도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공급확대와 임대차시장 안정이 수반돼야한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