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쌀파동의 역습…올해는 공급과잉·가격폭락 왜? [디브리핑]

일본 효고현 사요시의 한 논에서 농부가 벼를 수확하는 모습. 지난해 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파동’을 겪었던 일본에서 올해는 반대로 공급 과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지난해 초유의 ‘쌀 파동’을 겪었던 일본이 올해는 정반대의 위기를 맞았다. 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폭등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올가을 햅쌀을 생산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재고를 감당 못 할 지경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일본 내 쌀이 ‘남아도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쌀 민간 재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21만~234만t으로 추정된다. 적정 민간 재고는 180만~200만t인데, 이를 30만t 가까이 웃도는 것이다.

이는 매달 조사하는 대형 수매업체나 도매업체 외에도 중소 쌀 도매상 및 생산자의 보유분까지 포함한 수치다. 닛케이는 최근의 소비 추이와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해, 실제 재고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 농업협동조합(JA) 추산으로도 지난달 말 기준 쌀 재고가 240만t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나온다. 이는 2015년 6월 말(226만t)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인 재고다.

닛케이는 쌀이 남아도는 현상에 대해 지난해 쌀 출하부터 쌓인 재고와 올가을 수확할 쌀까지, 두 가지 모두 ‘공급 과잉’이라 진단했다. 이토록 공급 과잉이 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지난해의 쌀 파동이 있다.

2024년 여름부터 지난해까지는 일본 전역의 마트 진열대가 텅 빌 정도로 쌀이 부족했다. 2023년 여름에 이상 기후로 상품성 있는 쌀 공급량이 크게 줄었고, 2024년에는 지진 경보와 연이은 대형 태풍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쌀, 물 등을 사재기하면서 쌀 부족 사태가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외식업계의 쌀 수요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데다, 일본이 인구 감소를 고려해 매년 쌀 생산량을 줄여왔던 것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점포 매대에서 쌀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지난해 일본의 쌀 수입량은 9만6834t으로, 전년보다 95배나 폭증했다.

지난해 일본을 강타했던 쌀 파동은 두 가지 움직임을 낳았다. 하나는 소비자들이 쌀 소비를 줄였다. 기존에도 1인당 쌀 소비량이 매년 줄고 있었는데, 쌀 파동까지 일자 서구화된 식단으로 끼니를 바꾸는 ‘고메바나레(쌀 이탈)’이 가속화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식빵이나 파스타, 우동 등 밀가루 제품으로 쌀밥을 대신하는 경우가 더 늘었다.

반대로 농가에서는 쌀 생산을 늘렸다. 올가을 출하될 2026년산 쌀은 과잉 생산될 전망이다. 지난 4월 말 집계한 각 도도부현의 파종 의향에 따르면 주식용 쌀의 생산량은 전체 733만t으로, 농수산성의 생산량 전망치(711만t)를 22만t이나 초과한다.

쌀이 공급 과잉이 되다 보니 수매 가격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생산 비용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부터 전면 시행된 식량 시스템법에 따라 생산비를 계산하면 60kg당 2만535엔이었다. JA는 수매가가 지난해보다 떨어지더라도, 2만엔 정도가 하한선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과잉 재고 문제가 커지면서, 2026년산 쌀 수매 가격이 2만엔을 밑돌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JA전농 니가타(니가타시) 미곡부의 호리카와 도모노리 부장은 닛케이에 “쌀 소비가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과 향후 예상되는 잉여 물량을 고려할 때, 비용 지표를 바탕으로 한 2만엔대의 선지급금(수매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현재 백미 5kg 기준 매장 판매가는 3500엔대다. 호리카와 부장은 2026년산 수매가가 지난해 생산분보다 50%가량 낮은 1만엔대 중후반이 된다면 “매장 판매가는 백미 5kg에 2000엔대 후반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소비자에게는 생활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농민들로서는 생산비용도 못 건지는 상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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