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 3년…기업 절반은 “내용도 모른다”

국회예산정책처 “가격지표 부재·부처 이원화에 현장 혼선”
원재료 10% 기준 완화·표준 산식 마련 제언…일본식 공공 가격지표도 참고해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23년 도입된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 3년째를 맞았지만, 정작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업은 5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업종별 표준 가격지표를 제공하지 않아 기업들이 원가 상승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데다 제도가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로 이원화돼 운영되면서 현장 혼선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납품대금 연동제 추진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납품대금 연동제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4.7%였지만, 세부 내용까지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19.0%에 그쳤다. 하도급대금 연동제 역시 원사업자의 인지도는 39.3%인 반면 수급사업자는 30.3%에 머물러 제도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면 그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졌지만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3년 10월 도입됐다.

그러나 예정처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적지 않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업종별·품목별 표준 가격지표를 제공하지 않아 거래 당사자가 주요 원재료와 가격 변동 기준, 연동 산식을 모두 직접 협의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탁기업이 원재료 가격 상승과 납품대금 인상의 연관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실태조사에서는 연동약정을 체결하지 않은 이유로 ‘위탁기업에 원가 정보를 제공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45.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제도 적용 기준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제도는 납품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만 연동 대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나 복합 가공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개별 원재료 비중이 10%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응답한 수탁기업은 12.5%에 그쳤다.

운영체계가 이원화된 점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상생협력법에 따라 납품대금 연동제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에 따라 하도급대금 연동제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같지만 적용 법률과 분쟁조정 창구, 교육자료 등이 달라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제도를 적용받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행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정처는 일본의 사례도 소개했다. 일본은 원재료비뿐 아니라 노무비와 에너지비까지 포함한 공공 가격지표를 정부가 제공해 기업들이 이를 협상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참고용 가격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이어서 거래 당사자의 협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정근주 예정처 경제산업사업평가과 분석관은 “업종별·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원재료 판단 기준과 표준 연동 산식을 마련하고, 단일 원재료가 납품대금의 10% 이상이어야 하는 현행 기준도 다품종 소량생산 기업 등의 현실을 반영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에 따른 연동제가 이원화돼 운영되는 만큼 양 부처의 홍보·교육자료와 행정지침, 표준계약서의 연계성을 강화해 기업의 제도 이해와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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