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맘은 ‘주식학원’도 보낸다?…‘주식 조기교육’ 실체 없었다 [세상&]

증시 활황에 ‘주식 조기교육’ 확산설
외부 기고문·커뮤니티 타고 소문만
후보 학원 4곳 취재했지만 관련 반 없어
교육청 “주식은 교과 아냐…등록 불가”


대치동에 ‘주식학원’이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챗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지난달 코스피(KOSPI)가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 고지를 넘어서자 서울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을 중심으로 중·고등학생을 겨냥한 ‘주식학원’이 등장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 헤럴드경제가 강남서교육지원청의 도움을 받아 대치동 주식학원이 실제 존재하는지 취재했다. 교육청의 학원 분류 시스템을 활용해 대치동 주식학원으로 유력해 보이는 4곳을 추렸다. 결과적으로 ‘주식수업 운영 학원·반’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4곳은 모두 현재 학생 대상 주식·금융교육이나 경제시험 준비반을 운영하지 않았다.

A학원은 현재 주식·금융교육 수업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원 측은 “통합사회 수업안에 경제·금융 관련 내용을 녹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면서 “정확히 아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학원이 있다는 소문만 얼핏 들어본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 B학원 관계자는 “테셋(TESAT, 국가 공인 경제 이해력 시험) 준비반을 운영한 것은 7~8년, 길게 보면 10년도 넘은 일”이라며 “(그런데 최근에는) 입시에 반영되지 않으니 수요가 없어졌다”며 “대치동은 아이들 점수를 올려 대학에 합격시키는 데 특화된 곳이다, 대치동 문화 자체에 그런 수요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학원 두 곳 역시 “주니어 경제 시험 준비반 정도는 운영하고 있으나 중·고등학교 대상으로 수요가 그리 많지는 않다”라는 대답을 내놨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대치동 주식학원’은 확인된 학원 정보라기보다 풍문에 가까운 소재로 소비되는 모습 재구성. [챗GPT로 제작]


플랫폼·커뮤니티서도 학생 수요 확인 안 돼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통해서 주식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으나 미성년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수업은 확인되지 않았다. ‘숨고’에서 활동 중인 주식 레슨 업체 크립토 컴퍼니 관계자는 “성인 회원들이 방문하면 차트나 종목 선정 방법 등을 주로 알려준다”면서도 “(중·고등)학생 수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도 ‘대치동 주식학원’은 확인된 학원 정보라기보다 풍문에 가까운 소재로 소비됐다. ‘대치동에 주식학원이 생겼다는데 아이에게 국·영·수가 아니라 금융지식을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취지의 글에 대부분은 ‘내가 다니고 싶다’, ‘도시괴담식으로 지어 쓴 기사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이런 논란의 출발점은 최근 한 매체에 실린 외부 기고문 때문이었다. 해당 글은 공부와 스포츠처럼 투자도 어릴 때부터 시작할수록 유리하다며 조기 투자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대치동에는 주식투자 교육을 커리큘럼에 포함한 학원이 등장했다”는 사례가 제시됐다.

그러나 해당 사례의 출처는 명확하지 않았다. 기고문을 작성한 교수 C씨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주식투자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테셋 등 경제시험 준비 과정에 주식 관련 내용이 포함된 형태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언급한 주식학원이 정확히 어딘지를 묻자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시 AI(인공지능) 검색을 통해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썼다”고 했다.

22일 오후 10시께 학원이 끝나고 대치동 은마아파트입구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학생들의 모습. 정주원 기자


교육청 “주식은 교과 아냐…‘주식학원’ 등록 불가”


교육 당국은 애초에 ‘주식학원’이라는 명칭으로는 학원 설립과 운영 등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식은 학교 교과나 교육청이 인정하는 학원 교습 과정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주식이라는 것은 교과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학원’이라는 이름이나 과정으로는 등록해 줄 수 없다”며 “그런 명칭으로 학원 등록이 돼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편법 운영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경제·금융교육, 통합사회, 평생교육시설 등 다른 명목으로 등록한 뒤 실제 수업에서 주식투자 관련 내용을 일부 다루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원 설립이나 지도점검 업무는 하고 있지만, 행정적으로 어떤 교육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는 못한다”며 “등록 과정에서 과목은 받지만, 실제 수업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해 성격까지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교육이나 금융교육 형태로 등록한 뒤 수업 내용에 일부 주식 관련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까지 행정적으로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주식학원이라는 건 신종 사교육 사례가 아니라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가 외부 기고문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거치며 확산한 사례에 가까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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