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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숙 국무총리가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 |
‘실패를 통과하는 일’·‘청년 파산’·‘안녕이라 그랬어’ 전달
“세 권 모두 장관이 실제 읽은 책”…한 총리의 정책 철학 엿보여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밖으로는 화려한 공작새처럼 깃털을 추켜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몸을 보호해줄 등껍질조차 없는 민달팽이 같은 존재야말로 대표가 아닐까.”(박소령 ‘실패를 통과하는 일’ 중)
“그의 빚은 사치의 흔적이 아닌 자신이라는 노동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치른 수선비였다.”(박기태 ‘청년 파산’ 중)
“안녕은 ‘반갑다’는 뜻과 ‘잘 가’라는 의미가 같이 담겨 있어.” “어떻게 구분하지?” “그냥 알아.”(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중)
지난 1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한 총리는 당초 중기부 기자들과 한달에 한번 가량 책을 읽고 책에 대해 토론을 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취임 1년 기자간담회 준비, 그리고 갑작스러운 총리 지명, 인사청문회 과정 등을 거치면서 ‘독서토론’ 계획은 어그러졌다.
대신 한 총리는 중기부 기자단에 세권의 책을 선물로 남겼다. 창업자의 실패를 기록한 ‘실패를 통과하는 일’, 청년들이 왜 빚을 지게 되는지를 다룬 ‘청년 파산’, 그리고 상실과 회복을 그린 소설 ‘안녕이라 그랬어’ 등이다. 세권의 책은 모두 성공보다 실패를, 성과보다는 사람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한 총리의 정책 철학이 녹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기부 관계자는 “세 권 모두 한성숙 총리가 실제 읽은 책이다. 평소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을 기자들에게 선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일을 맞은 중기부의 한 직원 책상에 한 총리는 ‘실패를 통과하는 일’ 책을 선물로 올려두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총리가 선정한 세권의 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책은 박소령 퍼블리 창업자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이다. ‘콘텐츠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기자가 콘텐츠 회사 퍼블리를 창업해 성장시킨 뒤 결국 회사를 매각하는 이야기다. 흔한 성공담이 아니다. 책은 철저하게 실패담을 다룬다. 창업자가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마주한 투자, 조직 운영, 리더십의 한계, 사업 실패, 그리고 본인이 실행에 옮기 가혹한 해고까지를 가감 없이 기록한 회고록이다.
박소령은 실패를 감춰야 할 오점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대표 역시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불안과 책임을 홀로 감당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책 전반을 관통한다.
한 총리가 중기부 장관 시절 강조했던 창업 활성화와 재도전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중기부는 재창업 지원, 실패 기업인의 재도전 확대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박기태의 ‘청년 파산’은 개인의 실패처럼 보이는 청년 부채가 사실은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점을 짚는다. 변호사인 저자는 개인회생과 파산 사건을 맡으며 만난 청년들의 사례를 통해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 생활비 대출, 창업 실패가 어떻게 채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다.
책은 청년들이 진 빚은 그들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청년의 채무는 사치의 결과가 아니라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치른 비용이며, 개인회생과 파산 역시 실패의 낙인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김애란의 신작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앞선 두 권과 장르가 다르지만 결은 닮아 있다. 책은 7개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족의 죽음과 이별, 관계의 변화,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상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제목처럼 ‘안녕’이라는 말은 만남과 헤어짐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구절은 인상적이다.
세 권은 각각 창업자의 실패, 청년의 좌절, 개인의 상실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공통된 메시지는 하나다. 실패와 좌절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라는 점이다.
한 총리는 네이버 대표 시절부터 AI와 디지털 혁신을 상징하는 기업인으로 평가받았고, 중기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도 AI 전환과 스타트업 육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국무총리 직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압축할 수 있는 공무원들의 수장 자리다. 총리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무원 인사권은 2만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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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