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돈으로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KPGA 노조 전 대표이사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

KPGA 노조가 분당경찰서에 제출한 고발장. [사진=KPGA 노조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직장 내 성추행 피해자에게 중징계를 내려 형사재판에 넘겨진 KPGA투어 전(前) 대표이사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추가 고발됐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노동조합은 6일 전(前) 대표이사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예비적으로는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경기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KPGA노조에 따르면, A씨는 직장 내 성추행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돼 현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추가 고발은 A씨가 본인의 형사사건 법률대응 비용을 KPGA투어 법인 자금으로 부담하게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루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KPGA 내부에서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비롯됐다. 당시 사내 관리자였던 가해자 B씨는 동성의 다수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귓불과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추행과 성희롱성 언행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4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문제는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피해자에게 내려진 불이익 조치였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성추행 피해 직원에게 직위해제와 대기발령 후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단행해 남녀고용평등법 상 ‘불리한 처우’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단순한 내부 인사 분쟁이 아닌 대표이사 및 인사권자의 지위에서 성추행을 신고한 피해직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한 사건으로 보고 법인이 아닌 A씨 개인을 형사 피고인으로 특정해 기소했다.

이번 배임 및 횡령 고발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이다. 노조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증거 자료에 따르면, KPGA투어는 지난 2022년 11월 국내 대형로펌과 A씨의 ‘불리한 처우’ 형사사건 대응 계약을 체결하고 착수금으로만 3300만 원을 법인 자금으로 지급했다.

A씨는 특히 당시 회사의 최종 결재권자로서 본인의 형사책임을 방어하기 위한 법률 비용을 스스로 승인했지만,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 관련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 비용 지출을 회사 자금으로 처리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한 내용도 증빙자료와 함께 고발장에 명시됐다.

A씨의 대표이사 임기 종료 후 벌어진 변호인 교체 과정도 이러한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 ‘불리한 처우’ 사건의 공소장에는 당초 대형로펌 소속의 변호사 7명이 A씨의 변호인단으로 명시되어 있었으나, 대표이사 임기가 종료된 후 법원 공판 단계에 들어서자 이들 전원이 사임하고 별도 법무법인의 변호사 1인이 새로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KPGA노조는 “사후적으로 A씨 개인 사건이 된 것이 아니라, 최초 노동청 신고 당시부터 법인이 아닌 A씨 개인을 피신고인으로 특정해 문제 제기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법조 관계자는 “처음부터 회사와 자신의 이해관계가 철저히 충돌하는 사건이었음에도 법무비용 지출에 직접 관여했다면 그 비용이 실질적으로 누구를 위해 쓰였는지 정당성을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고발장에서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인 형사사건의 법율비용을 법인 자금으로 부담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 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원칙적으로 법인 자금으로 지출할 수 없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7도9679).

특히 대법원은 사건 당시 또는 사후에 이사회나 총회의 결의를 거쳤다 하더라도, 법률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출한 행위 자체의 위법성이나 형사책임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판례를 통해 명확히 했다(대법원 2006도1187, 대법원 2011도4677).

노조 관계자는 “당시 경영진은 성추행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보다, 약 7천명의 KPGA 회원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공지글 게시와 전체 문자를 발송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추행 가해자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고, 피해자에게 중징계를 내린 A씨 역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며 “결국 시간이 흘러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PGA는 새 집행부 출범 이후 발생한 별개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도 피해자 및 진술자 3인을 해고해 또 다른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해당 징계는 지난 1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3인 전원이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으나 협회 측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KPGA는 임금상당액 지급 부담, 대체인력 운용, 법률대응 비용 등 부당해고와 관련한 수억 원대 비용 지출 논란까지 겹치며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총회에서 불거진 대규모 적자 경영 논란과 2025년 결산안 부결에 따른 특별감사까지 맞물리면서, 과거 집행부의 비위 의혹과 더불어 현재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 규명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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