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영희 “연기 달인? 집에 가는 길 매일 후회한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화에서 제 모습을 보면 창피해요. 아무래도 단점이 많이 보이니까, 좋은 작품에 피해를 주면 어쩌나 싶고…”

연기 경력 16년차 배우가 맞나 싶을만큼 지나치게 겸손하다.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ㆍ제작 준필름,마돈나문화산업전문회사)로 돌아온 서영희(36)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중압감을 느꼈다. 충무로 여배우들 가운데 연기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한 배우인데 말이다. 국내 다수의 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받고,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았지만 그녀는 쉽게 고삐를 내려놓지 않았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음식은 대충 슥슥 하는 편이예요. 요즘 도자기 만드는 걸 배우는데, 그것도 잘 못하면 ‘다음에 또 만들면 되지’ 하고 넘어가는 편이죠. 음식이나 도자기를 두고는 ‘이 정도면 맛있지 않나’ 자기 칭찬도 잘 하고, 이쯤이면 잘 만든 거라고 우기기도 하는데 연기에 있어선 그게 안되요. 나 하나가 잘못하면 영화 전체가 흔들리는 거니까. 그 책임감이 막중하니 대충 할 수가 없는 거죠.”

‘마돈나’에서 서영희는 간호조무사 ‘해림’ 역을 맡았다. VIP 병동에서 일하는 해림은 재벌 2세 상우(김영민 분)에게 거금을 받고, 의식불명에 빠진 무연고자 미나(권소현 분)의 보호자로부터 장기기증 동의서를 받아내는 일을 부탁받는다. 단순히 돈 때문에 미나의 뒷조사를 시작하게 됐지만, 해림은 ‘마돈나’로 불리던 미나의 과거를 알아갈 수록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며 갈등에 빠진다.

앞서 신수원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영희를 ‘해림’으로 낙점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림 역은 연기 못하는 사람은 바로 티가 난다. 그 걸 못하는 배우면 영화를 망칠 수 있다. 서영희가 정적인 역할을 했던 작품도 봤는데, 그걸 보니 정적인 캐릭터도 잘 해내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과연 신수원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서영희는 ‘마돈나’를 통해 배우로서 또 한 단계 도약했다. 극단의 상황에 놓인 피투성이 피해자(‘추격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 역은 캐릭터 자체의 강렬함 때문에 그녀의 연기력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면도 있었다. 극 중 해림은 미나의 삶을 되짚어가며, 많은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에 복잡한 감정을 담아낸다. 굴곡진 삶을 살아온 미나에 비해 튀지 않는 캐릭터다 보니 선택을 주저했을 법도 했다. 신수원 감독에 따르면 서영희는 ‘시나리오가 좋다’는 한 마디로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해림이 (감정을) 표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표현이 돼야 하는 역할이니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그렇다고 내가 돋보이기 위한 연기를 한다는 건 작품 전체를 망치는 길이예요. 그보다는 관객들이 집에 가서 영화를 떠올렸을 때 ‘그 여자는 이래서 이랬구나’, ‘그 여자가 많이 외로웠겠구나’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지난 2010년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서영희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남긴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을 울렸다. 당시 그녀는“다른 사람들은 한 단계 올라가는 게 쉬워 보이는데 난 왜 이렇게 험난할까 생각했다”고 울먹였다. 지난 16년 간 연기자로서 자질이 없는 게 아닐까 의심한 적도 있었고, 연기가 아니면 뭘 할 수 있을 지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다. ‘요리를 할까’ 이것저것 기웃거려도 봤지만 뭘 해도 즐거움이 없었다. 결론은 ‘쓸데 없는 생각하지 말고 하던 거나 열심히 하자’였다.

“요즘도 집에 가는 길엔 매일 후회해요. ‘아까 이렇게 (연기)할 걸’,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촬영장에서도 한 신 끝나면 화장실 가서 다시 대사해보고 그래요. 그 때는 잘한 줄 알았는데 다시 보면 너무 창피하고 그렇죠. 그래도 촬영장에 있을 때가 마음 편하고 제일 좋아요. 며칠 쉬면 나만 집에 있는 것 같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죠. 극장에서 ‘매드맥스’같은 영화를 보면 ‘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부럽고, 언젠가는 그런 작품도 해보고 싶고 또 그래요.”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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