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인더트랩’, 그리고 유정은 없었다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고선희, 연출 이윤정, 이하 ‘치인트’)’ 제작진이 등장인물의 저울질에 실패했다. 드라마 제작 당시 ‘로맨스릴러’를 표방한다며 호기롭게 외치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치인트’는 현재 나침반 마저 고장난듯 방향감각까지 잃어 지루함 속을 표류하고 있다.

‘치인트’의 이러한 문제점은 단 하나의 원인으로 귀결된다. 바로 남자주인공 유정(박해진 분)이 드라마 속에서 소비되어 지고 있는 방법의 문제다. 유정은 이미 ‘치인트’ 속에서 홍설(김고은 분)의 남자친구로 불리기 민망할 정도까지 돼버렸다.

지난 23일 방송된 ‘치인트’ 14회를 살펴보자면, 유정은 오직 극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장면에서만 등장했고, 홍설의 대학생활을 점점 더 절벽 끝으로 내모는 골칫거리가 돼버렸다. 상황이 이 지경이니 홍설이 유정을 끌어안으며 “선배를 이해한다”는 애틋한 대사를 해도 아무 감흥이 일어나질 않는다. ‘치인트’ 속 유정이 일으키는 갈등은 오직 갈등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유정에 대한 설명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는다.

반면 홍설을 두고 유정과 ‘사랑 싸움을 벌이는’ 백인호(서강준 분)는 ‘치인트’ 속에서 어떻게 비춰지고 있나? 그는 홍설이 위험에 처할 때 마다 유정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며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그에게는 자신의 인생에서 ‘영원히 풀어야할 숙제’인 쌍둥이 누나 백인하(이성경 분)가 있고 심지어 고모에게 학대 당하던 어린 시절 아역배우 까지 등장하며 세밀하게 묘사되기 까지 했다. 홍설과의 로맨스는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에 비해 유정의 묘사는 단조롭기 그지없다.

이는 비단 캐릭터의 성격 때문에 발생한 차이가 아니다. ‘치인트’ 속 유정의 ‘부재 아닌 부재’는 드라마의 제작진의 기획 방향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원작 웹툰 ‘치인트’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원작과는 무조건 달라야 된다’는 강박이 부른 참사 같다.

‘치인트’의 원작팬들과 드라마 시청자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자 ‘치인트’ 제작진들은 “드라마만의 결말을 만들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아직 결말도 나지 않고 한창 연재중인 작품과 ‘다른’ 원작만의 결말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가? 많은 원작팬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시점이었다.

당초 16부작으로 기획된 ‘치인트’는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명목하에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다. 시청자들은 아직 tvN ‘응답하라 1988′의 ‘뒷통수’ 치는 결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결말까지 단 2회의 방송분만을 남겨두고 있는 ‘치인트’가 시청자들의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는 이유다.

(사진=tvN 제공)
이슈팀 이슈팀기자 /sean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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