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냐 드라마냐, 그것이 문제로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방송가의 ‘대형 이벤트’로 꼽히는 올림픽 시즌이 돌아왔지만, 지금 지상파 방송3사는 축제는 커녕 울상이다. 올림픽 화력이 생각 이상으로 약한데다 정반대 시차 탓에 시청률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급기야 올림픽 중계방송과 정규 방송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다, 나 홀로 드라마 방송을 강행하는 강수가 등장했다.

올림픽 효과 없다…최고 시청률 찍는 드라마= 지난 10일 방송된 MBC ‘더블유(W)’는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전국 13.8%, 수도권 14.7%(닐슨코리아 집계 기준)를 기록했다.

MBC는 이날 오전 10시까지 ‘더블유(W)’ 결방과 정상방송을 고민했다. 경쟁 프로그램인 KBS2 ‘함부로 애틋하게’가 시청률이 상승하면 부담이 된다는 요인에서였다.

앞서 8일과 9일 ‘나 홀로’ 방송된 SBS ‘닥터스’는 경쟁드라마가 사라지자 20%대의 벽을 넘었다. 8일 방송에서 전국 21.3%, 수도권 23.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림픽 중계방송을 포기하고 ‘닥터스’를 내보낸 것이 SBS엔 ‘신의 한 수’였다. 

[사진=MBC. SBS 제공]

‘닥터스’가 20%를 넘겨 최고 시청률을 찍는 동안 같은 시간대 방송된KBS2 ‘여기는 리우 2016’은 6.5%, MBC ‘리우올림픽 2016’은 5.9%를 기록했다. 두 방송사의 시청률을 합해도 20%를 넘지 못할 정도니 올림픽 기간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한 지상파 방송사 편성 PD는 “드라마는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청 흐름이 한번 깨지면 시청률이 뚝 떨어진다”며 “올림픽의 화력이 약하기 때문에 드라마를 놓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은 ‘수익’…중계권에 광고비까지 사상초유 적자=지상파 방송3사가 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그간의 매출 부진을 만회할 만한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시즌이 되면 방송사에선 특별 ‘패키지 상품‘이 쏟아진다.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을 엮어 광고주의 선택지를 늘려준다. 하지만 이번 리우올림픽의 광고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다.

이미 수백억원을 들여 중계권을 사놓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추세로는 중계권료 충당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440억원에 달하는 중계권료는 KBS가 176억 원, MBC와 SBS가 각각 132억 원씩 부담하는데, 얼어붙은 광고시장에 방송사들의 수입원이 막혀버렸다.

코바코 관계자는 “불경기가 계속돼 올해 초부터 광고시장이 위축되면서 각 방송사의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20~30% 정도 떨어졌다”라며 “주요 경기가 모두 새벽 시간대에 몰려 있어 낮은 광고 단가가 적용되고 있다. 아직 올림픽 광고를 판매 중이라 집계된 결과가 없지만, 광고비 수익이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향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지니 시청률도 저조하다. 시청률은 곧 광고지표이기에, 방송사의 고심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올림픽 중계보다 드라마 방영이 더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KBS와 MBC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코바코)에 따르면 MBC ‘더블유(W)’의 15초 광고 단가는 약 1350만 원이다. SBS의 경우 ‘닥터스’의 15초 광고 단가는 1580만원이다. 이 시간대 광고 단가 기본 1320만원이지만 시청률에 따라 최대 1580만원까지 탄력운영된다. 같은 시간대에 나가는 올림픽 특별방송은 아무리 결승전이라고 해도 이를 넘지 못하고 있다. 코바코 관계자는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올림픽 경기는 황금 시간이지만 결승 경기라 해도 1000만 원 정도가 최고”라고 말했다.

물론 올림픽의 인기스타들이 등장하는 종목의 경우 광고 단가가 최고 1500만원까지 책정되기도 한다. 새벽 시간에 편성된 올림픽 축구가 대표 사례다. 일반 광고 기준 시간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코바코 관계자는 그러나 “이는 이례적인 경우”라며 “현재 축구만 1500만 원으로 책정된 상태다. 축구는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서 새벽에 해도 광고비가 높지만 대부분 프라임 시간과 정반대인 새벽 시간과 이른 오전 시간에 방송되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1000만 원을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축구가 아닌 이상 드라마와 올림픽 중계방송이 맞붙었을 때 광고비를 이겨낼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한 지상파 방송국 편성 PD는 “사실 시청률이나 광고비만 따지고 보면 무조건 드라마를 편성하는 게 맞다”며 “어떤 종목에서 줄줄이 금메달이 나온다 해도 시청률 10%를 넘을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진= 리우=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보편적 시청권 때문에…‘울며 겨자먹기’=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사가 올림픽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1일 오전 MBC 측은 ‘더블유(W)’ 방송 결방 소식을 전했다. 지난 10일이 예선경기였다면 11일 오후 9시부터 양궁 여자 개인전 16강부터 결승전이 치러진다. 기보배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는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경기 중 하나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편성 PD는 “아무리 양궁에서 금메달을 따고 기적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해도 시청률 10%는 못 넘는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3사가 드라마 대신 올림픽 중계가 선택하는 것은 “보편적 시청권”의 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적자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인 상황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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