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한테 맞아서 난민 신청”…이런 것도 난민이 된다고?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전 남편으로부터 폭행·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한 아프리카 튀니지 여성이 국내에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내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정현설 판사는 튀니지 국적 여성 A 씨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은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A 씨 승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난민 심사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A 씨는 국내에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는데,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았다. A 씨가 박해받을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명백한 이유 없이 난민 신청을 했다고 본 것이다.

A 씨는 전 남편의 지속적인 폭행 때문에 난민 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전 남편의 폭행으로 7개월 만에 이혼했는데, 이후에도 전 남편은 계속 찾아와 폭행하고 협박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 같은 위협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튀니지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가정 폭력에 시달렸고, 이혼 후 거주지인 튀르키예에서도 아랍인인 자신을 추방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정 판사는 "A 씨의 전 남편은 사인(私人)에 해당하고 그로부터 받은 위협은 원칙적으로 자국 국가기관에 보호를 요청해야 한다"면서도 "A 씨는 전 남편이 튀르키예에 있는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남편의 위협이 박해에 해당하는지는, 박해받을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에서 온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난민심사 과정에서 면밀하게 판단해봐야 한다"라며 "명백한 이유 없이 난민 신청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는 사람"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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