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의 철수를 공식 요청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은 UNIFIL에 병력의 대피를 반복적으로 요청했으며, 레바논 전투 지역에 주둔한 군인들이 헤즈볼라의 인질이 됐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아 테넨티 UNIFIL 대변인은 전날 AFP 통신에 “(이스라엘이) ‘블루라인’ 상의 현 위치에서 철수하거나 최장 5㎞까지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며 “우리는 만장일치로 (현 위치에) 머문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블루라인은 2006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33일 전쟁 이후 같은해 8월 유엔이 설정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사실상의 국경이다. 이곳엔 1만명 가까운 규모의 UNIFIL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 일대에서 지난달 말부터 레바논 남부에 투입된 이스라엘 지상군과 헤즈볼라 간의 지상전이 본격화해 지금까지 UNIFIL 대원 5명이 부상을 당했다.
UNIFIL에 자국군을 파병한 세계 40개국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역내 긴장 고조 상황을 고려할 때 UNIFIL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며 “UNIFIL에 대한 최근 일련의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며 적절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레바논 남부와 중동에 안정과 항구적 평화를 가져온다는 목표를 지닌 UNIFIL 임무와 활동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주유엔 폴란드 대표부가 엑스(X·옛 트위터)로 공유한 성명문에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이탈리아, 인도, 가나, 네팔, 말레이시아, 스페인, 프랑스, 중국 등 40개국이 서명했다.
우리 외교부도 지난 11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최근 UNIFIL 시설과 인력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UNIFIL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규탄한다”며 “우리 정부는 UNIFIL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과 안보리 결의 1701호 위반임을 상기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러한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상대로 양면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 보건당국은 전날 성명에서 헤즈볼라의 세력권 바깥 마을 세 곳이 공습받아 최소 1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도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재개된 가자지구 북부에서 11일 밤 자발리야 난민촌 내 건물이 무너져 20명이 숨지는 등 최소 2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당국에 따르면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로켓 공격을 개시한 작년 10월 8일 이후 레바논에서는 총 2255명이 사망했고 이중 절반 이상은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된 지난달 23일 이후 발생했다.
같은 기간 가자지구에선 4만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고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집계했다. 하마스 무장대원까지 포함한 숫자이지만 유엔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미성년자 등 민간인인 것으로 파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