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에…국민 53% “내년 소비지출 줄일 것”

한경협 ‘2025년 국민 소비지출계획 조사’

가계 소비지출, 올해보다 1.6% 감소 전망

여행·외식·숙박업 중심 소비 줄어들 듯

75.6% “2026년 이후에나 소비 활성화”

 

국민의 절반 이상이 내년 소비지출 규모를 올해보다 줄일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물가·고환율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비심리 악화로 여행과 외식 등 야외활동과 관련된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11월 13~20일 ‘2025년 국민 소비지출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3.0%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내년 가계 소비지출은 올해에 비해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분위별로 살펴보면 하위 60%에 해당하는 소득 1~3분위는 내년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특히 하위 20%(1분위)는 올해보다 6.3% 축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40%(4~5분위)는 소비를 늘리겠다고 답해 소득별 소비 양극화가 예상된다.

한경협은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소득수준에 반비례해 소비지출 감소폭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국민이 내년 소비 지출을 줄이는 이유로 ▷고물가 지속(44.0%)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소득 감소·실직 우려(15.5%)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8.5%)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여행·외식·숙박(17.6%)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여가·문화생활(15.2%), 의류·신발(14.9%) 순으로 나타나 야외활동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 감소가 예상됐다.

반면 ▷음식료품(23.1%) ▷주거비(전·월세, 전기·가스·수도 등 18.0%) ▷생필품(화장지·세제 등 11.5%) 등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고정 지출이 발생하는 필수 소비재 품목은 소비지출 증가가 예상된다.

한경협은 내년 성장률 전망이 하향조정되는 등 경기침체 우려로 생활에 꼭 필요한 지출 이외에는 국민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가 내년 소비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고환율·고물가 지속(43.2%)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6.4%) ▷자산시장(부동산 등) 위축(12.7%) 등을 지목했다.

소비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도 ▷물가·환율 안정(42.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완화(20.1%) ▷금리 조절(11.3%) 등을 꼽았다.

소비 활성화 시점으로 ‘기약 없음’이 35.1%로 가장 많았으며 ▷2026년 24.6%(상반기 14.8%, 하반기 9.8%) ▷2027년 이후 16.0% 등 최소 2026년 이후를 예상하는 응답이 75.6%를 차지했다.

‘이미 활성화’(2.5%) 혹은 2025년(상반기 5.8%, 하반기 16.0%)이라는 응답은 24.3%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4명은 가계 형편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응답해 내년 소비심리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 형편이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42.2%(악화 33.0%, 매우 악화 9.2%)였다.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2.2%(개선 10.7%, 매우 개선 1.5%)로, 악화 응답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45.6%였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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