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北포로 “한국에 꼭 가고 싶다”

우크라 간 유용원, 북한군 포로 10여분간 면담
“북한군 피해 엄청 커…선발대 희생에 마지막 참전”
“자폭 직접 목격…물질적 보상 없이 스스로 생각”
유 의원 “더는 ‘강 건너 불구경’ 안 돼…조치 필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 붙잡힌 북한군 포로를 면담하고 있다. [유용원 의원실 제공]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초선·비례대표)이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의 귀순 의사와 관련해 “‘지금은 귀순 의사가 어느 정도 되느냐’는 제 물음에 리모 씨는 ‘난 한국으로 꼭 가고 싶어요. 앞으로 우리 부모님들과 만나기 위해서 꼭 가고 싶어요’라고 본인의 귀순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고 4일 공개했다.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군 포로와 면담한 내용을 공개했다.

유 의원은 “이번 방문은 ‘한-우크라이나 의원친선협회의’의 회장인 안드레이 니콜라이엔코 의원과 지난달 24일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얄타유럽전략 특별회의’ 주최 측의 공식초청으로 성사됐다”며 “방문 기간 중 저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실상을 제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이 공개한 면담 내용에는 북한군 리모씨의 확고한 귀순 의사와 북한군의 피해 수준, 자폭 수류탄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최근 국내 언론과의 면담에서 리 씨는 귀순을 80% 정도 결심했다고 했지만, 유 의원과의 면담에서 리 씨는 “한국으로 꼭 가고 싶다”며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북한군 포로가 확실한 귀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의원에 따르면 리 씨는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 라며 추후 한국에서 본인의 부상 치료가 가능한지 물어왔고, “한국에 가게 되면 내가 바라는 권리대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며 가정을 이루고 정상적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귀순과 관련해 별도 의사를 보이지 않던 다른 북한군 병사 백모 씨도 일부 입장이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 씨는 관련 질문에 “결심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심경 변화를 드러냈다.

리 씨의 증언에서 북한군의 피해 정도도 확인됐다. 리 씨는 “전투 상황을 놓고 보면 피해가 엄청 크다. 우리가 전투할 당시에도 우리가 마지막 전투단이었다”면서 “선행한 전투단들이 모두 희생되고 부상 입고 해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참전했다”고 말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북한군 포로를 면담했다. [유용원 의원실 제공]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잡힐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폭’에 관련한 증언도 추가로 나왔다. 백 씨는 이에 대해 “목격도 많이 했고, 나 역시 부상 당해서 쓰러질 당시 자폭용 수류탄을 가지고 있었고 (중략) 그렇게 하라고 교육하는 건 없고 자기 생각에 싸우다 적에게 잡히면 그 자체가 어쨌든 조국에 대한 배반이고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씨 또한 같은 질문에 “팔을 뚫고 (총알이) 턱에 맞았다. 자폭에 아무런 물질적 그런 게 없었다. 내 눈으로도 (자폭을) 직접 봤다”며 북한군이 대가 없이 자폭을 스스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에 유 의원은 “작년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고, 북한군의 전투 참가가 공식 확인된 마당에 우리로서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와 외교 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유 의원은 “현재 종전 협상에 관한 움직임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칫, 포로 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에서 귀순 의지를 표명한 북한군에 대한 우리의 송환 의지가 패싱되지 않도록 정부에서는 더 신속하고 각별한 조치를 취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추가 정보 공개도 예고했다. 유 의원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추가 파병실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유 의원은 우크라이나 방문 중 세르게이 보예브 국방차관, 키릴로 부다노프 정보총국장, 그리고 이름을 밝힐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보안 등급이 부여된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사령부의 고위직 등 여러 정부 인사와 군 수뇌부를 접견했고, 이들로부터 전쟁의 현재 양상과 북한군의 불법적인 전쟁 개입에 관한 생생한 증언을 청취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특히 지난달 25일 포로로 생포된 두 명의 북한 군인을 약 10여분간 면담했다. 그는 “가뜩이나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에게 그 어떤 부담도 주고 싶지 않았기에 이번 면담은 제가 직접 우크라이나 당국에 요청해 이뤄졌다”면서 “접견 신청장소에서부터 대여섯 개의 두꺼운 철문을 지나 미로 같이 뻗은 좁은 통로로 거쳐서야 마침내 만날 수 있었던 두 젊은 포로를 마주한 순간 저는 연민, 동정, 측은지심 등 온갖 감정으로 금새 눈가가 뜨거워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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