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성 판단 두고 노사 대치…노동위 사건 27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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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한 달 만에 하청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건수가 1000곳에 육박했지만, 실제로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은 노사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7일 기준 하청노조 987곳(조합원 약 14만4000명)이 원청 368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시행 첫날에만 400여곳이 몰렸던 ‘교섭 러시’는 한 달 만에 1000곳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원청 사업장은 31곳에 불과하다. 법상 원청은 교섭 요구를 받으면 7일간 이를 공고해야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의제 불명확성이나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공고 자체를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상견례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교섭 테이블은 여전히 ‘0건’ 상태다.
다만 노동위원회는 최근 포스코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에서 교섭단위 분리와 원청 사용자성을 잇달아 인정하면서, 노사 갈등이 본격적인 분쟁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분쟁은 노동위원회로 속속 이동하고 있다. 교섭요구 공고와 교섭단위 분리 등을 둘러싼 사건은 273건 접수됐고,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도 사용자성 관련 질의가 65건 들어왔다.
최근 노동위원회는 첫 판단을 내놓으며 기준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8일 포스코와 단체교섭을 추진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하청 조합원들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하고,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경북지노위는 “하청 단독으로는 위험요인 제거와 안전설비 설치 등 구조적 개선이 어렵다”며 원청이 해당 의제에 대해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 금속노련, 민주노총 금속노조, 플랜트건설노조 등으로 교섭단위가 각각 분리돼 원청과 별도 교섭이 가능한 구조가 됐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역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에서 산업안전 의제에 한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하청노조를 상급단체별 3개 교섭단위로 분리했다.
앞서 충남지방노동위원회도 공공기관 4곳에 대해 안전관리와 인력배치 의제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등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임금이 아닌 안전·작업환경 등 영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적용 범위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실제 교섭은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의제에 한해 이뤄진다. 원청이 모든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의제별로 범위가 제한된다.
공공부문에서도 갈등은 확산 중이다. 전체 교섭 요구 대상 368곳 중 약 40%가 공공부문이며, 조합원 기준으로는 절반 수준에 달한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는 기획예산처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법률이나 국회 예산에 따라 근로조건을 집행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부처 가운데 교섭요구 공고에 나선 사례는 아직 없다.
한편, 이날 서울지노위는 국민은행, 하나은행, KB국민카드, 쿠팡CLS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판단을 내놓는다. 충남지노위는 동학오토, 전남지노위는 한국전력, 경북지노위는 포스코앤씨, 울산지노위는 SK에너지, S-OIL, 고려아연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 요구에 대한 판단을 발표한다. 제주지노위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을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