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결정권’ 기금운용본부로 일원화

7년만에 재도입…소송 검토범위 확대
일원화 통해 실행력·책임소재 명확
정부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기조 일환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제도를 실제 집행 가능한 체계로 정비했다. 소송 결정 주체를 기금운용본부로 일원화하고, 검토 대상 기업 범위도 확대했다. 2021년에도 유사한 예고가 불발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정비가 실제 주주대표소송 추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초 회의에서 주주대표소송 제기 여부의 결정 권한을 기금운용본부로 단일화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 결정 주체를 둘러싼 이견으로 7년간 구조적 공백이 이어졌던 문제를 해소한 조치다.

주주대표소송은 이사의 고의·과실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회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주주인 국민연금이 직접 해당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번 제도정비를 통해 주주대표소송 적용 범위 역시 넓어진다. 기존에는 법령 위반이 명확히 확인된 경우에만 소송을 검토했으나, 앞으로는 배당 정책·산업 안전 등 중점관리 사안과 관련해 국민연금과 비공개 대화 중인 기업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관련 사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됐으나 의사결정이 지연돼 왔다. 소송 결정 주체를 두고 기금운용본부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간 역할 분담이 정리되지 않았고, 재계는 외부 위원 주도 시 정치적 판단 개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번 일원화 결정은 실행력 제고와 함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 주주대표소송 제도 정비에는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자본시장 안정·정상화 간담회에서 정부는 기관투자자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한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를 자본시장 체질 개선 과제로 명시했다. 반대 의결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주주가치 훼손에 실제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됐고, 국민연금이 이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1호 소송’ 대상을 두고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미 국민연금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 중인 기업군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내역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업 대상 비공개 면담 건수는 2024년 208건에서 2025년 24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한 발신은 40건에서 19건으로 감소했다. 서면 경고보다 비공개 면담 중심으로 전략이 전환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국민연금은 과거에도 주주대표소송 실행을 공식화한 바 있다. 2020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주주대표소송 실행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같은 해 상반기에는 소송 가능 사건 유형 및 손해발생금액, 소멸시효 등을 검토해 구체적인 제기 기준과 절차도 마련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유력 소송 후보로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 판매로 금융당국 눈 밖에 난 주요 은행·증권사 경영진을 거론했다. 시민단체와 경제개혁연대 등도 해당 기관에 대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또는 손해배상 소송 참여를 촉구했다.

그러나 관련 경영진 상당수는 이후 금융당국 징계 취소소송에서 잇달아 승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예고된 소송이 미완으로 끝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제도 정비가 수년 전 상황과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고 전했다. 노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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