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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은행 본관과 별관.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국내 벤처기업의 주식 등록 비중이 0.65%에 그치는 등 ‘깜깜이’ 공시 체계가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자봉 은행법학회장은 16일 오후 한국은행에서 열린 ‘은행법학회·한국은행 공동 춘계 학술대회’에서 “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이 주식을 발행하는 순간 전부 등록하고 투명하게 공시되는데 우리나라는 등록한 벤처 기업 비중이 0.65%밖에 되지 않는다”며 “공시 체계 부재로 기관투자자와 금융그룹 계열 벤처캐피털(VC)조차 위험가중치 평가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밝혔다.
한국의 혁신금융 생태계도 미흡한 실정이다. 김 회장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VC 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운용의 0.014%에 그친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벤처 출자금의 72%를 기관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규모를 봐도 미국이 전 세계 총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절반이 실리콘밸리에 집중돼 있다.
김 회장은 “초기 기술에 대해 공적인 방식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데스밸리(창업 초기 사업 지속에 큰 위기를 겪는 시기)를 건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우리나라는 공적 개념 검증 제도가 부재해 꿈꾸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스케일업’을 위한 은행 벤처대출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무담보 신용대출에 신주인수권을 결합한 ‘벤처대출’은 벤처기업들이 중간 성장 단계에서 스케일업하기 위해 쓰이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우리나라 벤처 기업이 ‘스케일업 자금이 없다’고 아우성치고 힘들어하는데 시중은행들은 (벤처대출)하나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공적 개념검증 기관 설립 ▷벤처기업 주식 전자등록 의무화 ▷기관투자자 평가 체계 개선 ▷투자결과 책임에 대한 경영판단원칙 적용 ▷신주인수권증권 위험가중치 100% 특례조항 등 법제 과제를 제시했다.
전지용 서민금융진흥원 이사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서민금융과 신용회복 기능이 서금원과 신용회복위원회로 분절돼 골든타임(최적 시간)을 놓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두 기관의 기능을 합친 ‘서민금융 전문은행’ 설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 이사에 따르면 복합 지원(금융·고용·복지 연계)을 받은 사람의 연체율은 받지 않은 사람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그는 “서금원과 신복위를 통합한 무자본 특수법인을 설립하고 특별법을 통해 ‘은행’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특례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금융’에 대해 “알고리즘 추천이 자문인지 판매인지조차 불분명한 규율 공백이 존재한다”며 “다크패턴(의도치 않은 소비를 유도하는 설계 방식)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이라 금융소비자 보호 법제를 온라인에 적합하도록 개정하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강민구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AI(인공지능) 에이전트’ 기반 자산 관리 서비스의 법제 공백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AI 에이전트는 대출 금리 인하 요구권 자동 행사 등 포용금융의 유력한 수단으로 부상했지만 자본시장법에 직접적 근거 규정이 없고, 인공지능법에서도 명시적 규정은 없다”라며 “AI 에이전트 규율은 사업자 중심의 자율규제를 기초로 감독당국의 확인·점검을 혼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편면적 구속력’에 대해 다뤘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자본시장 분쟁조정 발생 시 조정 결정에 대해 투자자는 소 제기를 할 수 있지만, 금융투자회사는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 연구위원은 “영국이나 호주와 달리 국내에선 금액 상한과 헌법상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위헌 이슈가 있기 때문에 1000만원 수준에서 최소한으로 도입해보고 분쟁조정 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 경제에는 1990년대 초 이후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온 추세를 가리키는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이 있다”며 “금융이 혁신의 꿈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좌절을 딛고 재기하게 돕는 포용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경제 재도약의 큰길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