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금리 쇼크에 원화 요동…‘환율 1500원 뉴노멀’ 굳어지나 [코스피 8100 돌파]

6거래일째 1500원대, 4월 안정화 후 재상승
美 국채 금리 오르며 강달러…국장 순매도
고환율 장기화 시 물가·소비·금융 등 충격



원/달러 환율이 6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가며 1520원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잠시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환율이 5월 들어 다시 가파르게 치솟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급등을 넘어 고환율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환율 기조가 고착화할 경우 물가상승을 시작으로 소비위축, 기업 경영환경 악화, 금융 불안 등 경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까지 원/달러 환율(주간 종가 기준)이 1500원을 넘긴 것은 총 14거래일 중 6일(42.9%)에 달했다. 15일부터 6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넘겼다. 특히, 22일 주간 종가는 1517.2원까지 치솟았다. 4월 2일(1519.7원) 이후 약 한 달 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였던 3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환율은 총 21거래일 중 9일(42.9%)에서 1500원을 넘겼다. 4월에는 휴전 기대와 달러 약세가 맞물리며 22거래일 중 5일(22.7%)만 1500원을 넘겼는데, 한 달도 채 안 돼 다시 급등한 것이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이달 1500원을 넘긴 날이 3월보다도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환율이 다시 오르는 것은 미국 국고채 금리 급등에 따른 달러 수요가 증가에,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차익실현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란전쟁발 공급 충격에 인플레이션(금리 상승)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국고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국고채 30년물 금리(종가 기준)는 11일 4.987%에서 19일 5.181%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점 커지면서 국고채 금리도 오른 것이다. 22일 기준 5.082%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국고채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면서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게 된다. 같은 기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98 수준에서 100 턱밑까지 올랐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행렬도 장기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KOSPI) 시장에서 외국인은 7일부터 22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총 순매도 금액은 46조5750억원에 달했다.

역설적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달 4일 대비 22일 국내 주식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38.2%에서 39.4%로 1.2%포인트 올랐다. 외국 비중이 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들의 평가 가치가 매도 금액보다 더 크게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부터 시작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다. 이는 곧 소비 위축과 경제성장률 하락을 비롯해 기업 경영환경 악화, 금융 시스템 불안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한동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아지고, 글로벌 지정학적 변화에 달러 강세 기조도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외환당국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미국이 원유 생산국이 되면서 에너지 공급 충격에도 달러 가치가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며 “최근 미국 AI(인공지능)·빅테크 스타트업들의 소프트웨어·플랫폼·클라우드 서비스가 전 세계에서 달러로 소비되는 구조도 자리를 잡고 이들의 주가도 고공행진하면서 달러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환율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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