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유산 보전, 자연보전 중심 의제로
기존 한계 극복하는 새 국제 보호 틀
중장기 관리와 상시 모니터링 포함해
과학적 가치와 관광·교육 가치도 고려
![]() |
| 27일 국가유산청이 주최한 ‘K-지질유산의 현황과 전망’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지질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유산입니다. 기후 위기와 전 지구적 재난의 위험 속에서 지질유산의 보존은 국제사회의 공동 책무입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핵심지질유산지역(KGA) 보전프로그램의 전략과 국제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국가유산청이 개최한 ‘K-지질유산의 현황과 전망’ 행사는 지질유산이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국제사회의 공동 책임 아래 보전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장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세계지질공원연맹(GGN), 세계지질보존협회(ProGEO) 등 국제기구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 약 150명이 참석했다.
허 청장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질유산 지역은 법적 보호 조치와 효과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경제적 이익이 우선되는 개발도상국이나 훼손 위험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우선적인 대응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대표 명소 중 하나인 고석정국민관광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
KGA는 지역 내 암석, 광물, 화석, 퇴적물, 토양, 지형, 경관 등을 포함한 지질·지형 현상을 보유해 지구 역사와 생명체 진화에 중요한 국제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뜻한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10월 아부다비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국가유산청과 국제 전문가들이 주도한 KGA 제도화 안건이 공식 의제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열렸다. 당시 국가유산청은 지질유산 보호 필요성을 제기하며 KGA 개념을 국제사회에 제안했고, 해당 안건이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이는 기존 자연유산 보호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질유산을 별도 기준으로 다루기 시작한 계기로 평가된다.
KGA가 도입된 배경에는 기존 국제 보호 제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필요성도 작용했다. 기존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세계지질공원은 지역사회 협력과 지역 활성화를 전제로 운영되어 국제적으로 중요한 모든 지질유산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제 기관들은 특히 한국이 전 세계 지질다양성 보전 논의에서 보여준 선도적 역할에 주목했다. 국제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지질유산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발판을 한국이 마련했다는 평가다.
![]() |
| 로베르트 카시에르 IUCN 세계유산담당관(사진 오른쪽 두 번째)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사진 오른쪽) [국가유산청 제공] |
로베르트 카시에르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세계유산담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국가의 40%는 세계자연유산이 없는데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질다양성 구조를 체계화하는 KGA 제도의 논의를 주도하고 리더십을 발휘한 한국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 “KGA를 통해 많은 국가들이 각국이 보유한 지질학적 가치를 체계화하고, 더 많은 자연유산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 전문가들 역시 KGA 제도가 지질유산의 보호를 넘어 다각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지질유산의 보전과 경제적·교육적 가치 창출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호세 브리아 전 세계지질보존협회장은 “유네스코는 7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 자연 및 문화유산을 인정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세계유산 협약에 의해 인정된 지질 유산은 매우 적다는 것이 KGA가 제기된 이유”라면서 “지질유산의 과학적 가치뿐 아니라 관광과 교육의 가치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보존은 항상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
| ‘KGA 한국선언’을 발표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사진 오른쪽) [국가유산청 제공] |
이날 행사에서는 ‘KGA 한국선언’이 공식 발표됐다. 선언문은 지질유산 보전을 위한 국제적 책무와 함께 보호·관리 체계, 국제 협력,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KGA 지정 지역에 대해 중장기 관리계획, 상시 모니터링, 위험 평가, 훼손 예방, 교육·해설 체계 구축 등의 내용도 담았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선언을 계기로 KGA 제도의 정책 기반을 마련하고, 국립자연유산원을 중심으로 국내외 후보지 발굴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허민 청장은 “이번 선언은 한국이 글로벌 자연유산 보전의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향후 국립자연유산원을 중심으로 국내외 후보지 발굴과 제도 정착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KGA 한국선언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서 지질유산 보호를 이끄는 핵심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