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웃었다…생산 13% 뛰었지만 일자리는 2% 증가 그쳐

반도체 빼면 제조업 생산 감소…‘슈퍼사이클’에도 고용효과 제한적
대기업 쏠림 심화 속 중소기업 생산은 뒷걸음질


반도체로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의 온기가 고용과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생산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일자리 증가는 제한적이었고, 제조업 생산 역시 반도체를 제외하면 감소세를 나타냈다.

3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등을 종합하면 올해 4월 제조업 생산지수(원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제조업 생산지수는 13.0% 급증하며 전체 제조업 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4월 반도체 제외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 감소했다. 올해 1~4월 평균으로도 제조업 생산은 2.7%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이는 최근 제조업 경기 회복이 사실상 반도체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국내 제조업이 플러스 성장을 유지한 배경 역시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이라는 평가다.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관련 게시판. [연합]


문제는 생산 증가가 고용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반도체 제조업의 임금근로 일자리는 17만2000개로 1년 전보다 3000개(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반도체 생산이 12.8%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생산 증가 폭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지 않았던 셈이다.

반도체 제조업 일자리는 전체 제조업 임금근로 일자리 430만7000개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특성상 대규모 설비투자와 자동화가 중심이 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인 만큼 생산 증가가 곧바로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으로 노동보다 자본 투입 비중이 높다”며 “생산이 늘어도 직접적인 고용 유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거액의 성과급 지급에 합의하면서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일부 고소득 근로자에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특별경영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 등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급 등 보상문제로 파업까지 예고한 카카오 노조 [연합]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매출액 기준 올해 1~4월 대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지만 중소기업은 0.8% 감소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력 집중 현상도 여전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3669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증가했다.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상위 5대 그룹이 전체 공시집단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4%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시대상기업집단 매출액 비중도 지난해 78.7%로 반등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장세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 자체를 문제로 볼 필요는 없지만, 성장의 과실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는 일부 첨단산업과 그렇지 못한 산업 간 격차가 커지는 K자형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가 잘 나갈 때 이를 계기로 생산성이 낮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개혁과 투자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최근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신산업 육성과 기술창업 지원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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