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길어지자…코트라, 수출기업 ‘대체시장 찾기’ 팔걷어

중동 13개 무역관·본사 TF 24시간 연결
애로상담 734건 분석…물류 넘어 계약·대금 문제 확산
6월부터 온라인 통합사절단 등 수출 다변화 지원


강경성(가운데) 코트라 사장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열린 18차 중동 전쟁 긴급대응 TF 회의를 하고 있다. 코트라는 중동 전쟁 긴급 대응 TF와 중동 지역 13개 무역관을 24시간 연결해 수출기업 애로 대응과 대체시장 발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코트라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수출기업 지원의 초점도 긴급 피해 대응에서 대체 시장 발굴과 거래선 다변화로 옮겨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운영 중인 ‘중동 전쟁 긴급 대응 태스크포스(TF)’와 중동 지역 13개 무역관을 24시간 연결해 기업 애로를 지원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전쟁 피해 기업의 대체 공급망 확보와 신규 시장 발굴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동 전쟁은 다음달 7일이면 100일째를 맞는다. 종전 시점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물류 차질, 원부자재 수급 불안, 바이어 연락 두절, 대금 지급 지연 등 기업 피해 유형도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다.

코트라는 지난 3월 초부터 강경성 사장 주재로 중동TF 정기회의를 매주 열고 있다. 중동과 전 세계 무역관이 밤사이 파악한 현지 동향을 본사에 보고하면, 본사 TF가 이를 분석해 정부와 유관기관, 기업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주재국 정세, 기업 문의와 애로, 물류 상황, 유가 동향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코트라가 지난 3월 3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중동 긴급대응 애로상담 데스크에 접수된 734건을 분석한 결과, 전쟁 초기에는 운송 지연과 물류비 상승 등 현지 차질에 따른 긴급 지원 요청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원부자재 수급, 바이어와의 연락 문제, 대금 회수, 출장·마케팅 차질, 계약 변경 등 장기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발 에너지·자원 수급 리스크도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코트라 중동TF가 전쟁 당사국과 전 세계 132개 무역관 주재국의 영향을 점검한 결과, 중동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중남미, 유럽,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도 에너지와 자원 수급 불안이 나타났다. 일부 국가는 석유 부족과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연료 배급제를 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는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에너지·자원 공급망 대응이 진행되고 있다. 코트라도 산업부와 함께 나프타, 요소 등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된 품목을 중심으로 대체 공급처를 발굴하고, 국내 기업에 확보 가능 물량을 안내했다. 대체 공급처에서 들여온 물량에 대해서는 급등한 가격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수급 안정화도 지원했다. 그 결과 이달 기준 나프타는 예년의 90% 수준까지 확보됐고, 보건의료와 핵심 산업 필수 품목의 공급망도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고 코트라는 설명했다.

현장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중동에 수출하는 A사는 해협 봉쇄로 수출 화물을 오만 대체 항만에 내린 뒤 내륙 운송 경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코트라 무스카트 무역관은 ‘UAE-오만 그린 코리더’ 활용을 지원해 화물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해당 제도는 오만 항구를 거쳐 내륙 운송으로 반입되는 화물의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이다.

중동 출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지 정부 국책 프로젝트 입찰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코트라 중동지역 무역관은 우리 기업의 입찰서류를 현지에서 대신 제출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수주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했다.

코트라는 5월까지 산업부와 함께 두 차례 중동 긴급지원바우처 사업을 시행해 680여개사에 총 33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 현지 수출물류 지원을 위한 해외공동물류센터 사업에는 380개사를 대상으로 59억원을 투입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255억원을 활용해 바우처 지원 대상국은 14개국에서 22개국으로 늘었고, 500여개사가 추가 지원을 받게 됐다.

물류 지원도 단순 비용 보전을 넘어 현지 물류 정보 제공, 운송 경로 최적화 컨설팅 등으로 확대됐다. 우정사업본부, DHL, 삼성SDS와 연계한 물류 컨설팅과 할인 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

코트라는 앞으로 긴급 피해 지원을 넘어 수출 다변화 지원에 더 무게를 둘 계획이다. 지난 18일 열린 중동TF 정기회의부터는 대체시장 발굴과 거래선 복구를 핵심 과제로 정했다. 전쟁 장기화로 기존 거래 회복이 늦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제3국 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내달부터는 중동 비즈니스 복원, 대체시장 수출 확대, 전후 복구·재건 사업 참여 등을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중동 바이어와의 거래선 유지·복구를 위한 ‘중동 수출 이어가기 온라인 통합사절단’도 6~7월 중 개최한다. AI 수출비서 시범서비스를 활용해 기업별 대체시장과 바이어를 추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쟁 상황에 따라 일부 오프라인 사업은 시기와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당초 2월 말 두바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K-뷰티 팝업 쇼케이스는 유통망 바이어 요청에 따라 4월로 연기해 한 달간 진행됐다. 중동 지역 무역사절단과 걸프국 전시상담회도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강경성 코트라 사장은 “지난해 미국발 관세 대응에 주력했다면, 올해 상반기는 중동 전쟁 대응에 총력을 다한 시기였다”며 “이제는 긴급지원을 넘어 대체시장 발굴과 수출 다변화, 인프라·프로젝트 등 전후 복구·재건 참여 등 우리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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