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기술 개발 핵심은 車와 궁합 맞추기” [인터뷰]

인터뷰-김종명 넥센타이어 CTO
“전기차 시대, 마모·전비·소음 잡아야”
“재래식 개발 방식만으론 中 추격 대응 어려워”
AI·버추얼 개발로 최적 스펙 조합 찾는다
서울대 강의·산학협력으로 미래 인재 확보


김종명 넥센타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더넥센유니버시티’에서 AI 기반 타이어 개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좋은 타이어도, 나쁜 타이어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어떤 차에 끼웠을 때 궁합이 맞느냐가 중요합니다.”

김종명 넥센타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더넥센유니버시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래 타이어 개발 경쟁력의 핵심을 이같이 설명했다.

전기차 시대 타이어에 요구되는 성능이 복잡해지고,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시제품을 반복 제작해 시험하는 방식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 부사장은 “타이어는 혼자 있을 때 의미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 차에 끼워졌을 때 의미가 있다”며 “어떤 타이어는 한 차종에 끼웠을 때 궁합이 잘 맞아 좋을 수 있지만, 다른 차에 끼우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먼저 짚은 변화는 전기차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탓에 내연기관차보다 중량이 크고, 높은 토크로 인해 타이어에 걸리는 부하도 커진다.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면 마모가 30%가량 빨라질 수 있다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전기차 타이어에서 첫 번째 과제는 마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두 번째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전비, 세 번째는 정숙한 전기차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 타이어 소음, 네 번째는 무거운 배터리를 버틸 수 있는 하중 지수”라고 설명했다.

김종명 넥센타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더넥센유니버시티’에서 AI 기반 타이어 개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제공]


문제는 이들 성능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마모 성능을 높이면 전비가 나빠질 수 있고, 정숙성을 개선하면 다른 주행 성능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김 부사장은 “타이어 성능은 대부분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다”며 “마모를 잡으면서 전비도 좋게 하고, 구조적으로 강하면서 소음까지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난도가 높은 과제”라고 말했다.

넥센타이어가 최근 인공지능(AI)과 버추얼 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부사장은 “과거에는 스펙을 정하면 실제 타이어를 만들어 여러 번 테스트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다시 돌아와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며 “지금은 AI와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사이버상에서 굴려보고, 연비와 코너링 등 여러 성능을 검증하면서 빠르게 최적의 스펙 조합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는 2012년부터 버추얼 개발 장비 등에 누적 4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영국 앤시블모션과 협력해 하이 다이내믹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마곡 연구소에 도입했다. 실제 타이어를 만들기 전 가상의 타이어 모델과 차량 모델을 결합해 핸들링, 안정성, 승차감 등을 검증하기 위한 장비다.

김 부사장은 “버추얼 개발로 80% 정도를 맞춰놓고, 나머지 20%는 사람의 감각으로 선택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실제 차를 운전하는 것과 흡사한 환경에서 차량과 타이어의 궁합을 감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라고 표현했다. 설계 단계부터 차량과의 매칭 단계까지 실제 타이어 제작 없이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이 시뮬레이터를 통해 감성 품질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김 부사장은 “중국 업체들의 기술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타이어를 세 번, 네 번 만들어 찾아가는 재래식 개발 방식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렵다”며 “미래 타이어 기술 개발의 경쟁력은 버추얼 개발에 있다고 보고 전사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더넥센유니버시티’에 구축된 다이내믹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모습. 넥센타이어는 해당 장비를 활용해 가상 환경에서 차량 거동과 타이어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제공]


중국 업체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냈다. 그는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싸지만 품질이 낮다’는 수준을 넘어, 쓸 만한 타이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올라왔다”며 “가격 격차도 점점 줄고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다만 신차용 타이어, 특히 고인치·전기차·프리미엄 차종용 타이어에서는 아직 기술 격차가 남아 있다고 봤다. 김 부사장은 “OE, 특히 전기차와 고인치 영역에서는 아직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처음부터 레드오션에서 경쟁하기보다 OE 공급을 통해 품질을 인정받고, 이후 교체용 시장 수요로 이어지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버추얼 개발 단계에서 마지막 사람이 선택하는 단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단계에 AI가 들어가고 있다”며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설계를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 성능이 나올지 몇 분 안에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 확보와 산학협력도 넥센타이어 연구개발(R&D) 전략의 한 축이다. 김 부사장은 올해 1학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객원교수로 ‘공학기술과 경영’ 강의를 맡아 AI 기반 타이어 설계와 소재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한양대와 멀티모달 데이터 기반 타이어 성능 예측 기술을, 연세대와 AI 기반 소음·진동·충격(NVH) 성능 예측 툴을 공동 연구하며 데이터 기반 개발 체계를 넓히고 있다.

이날 더넥센유니버시티에는 김 부사장의 강의를 듣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학생들도 방문했다. 학생들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와 실차 반무향실, 음향 분석실 등 연구 시설을 둘러봤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4학년 황진웅 씨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실험 및 연구 장비들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특히, 가상 시뮬레이터가 실제 주행 환경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4학년 이채은 씨는 “연구소 건물 외관이 타이어를 형상화한 모습도 인상 깊었고, 쾌적한 최신 설비와 편의시설이 연구와 업무에 최적화된 환경이라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국내외 대학과의 협력을 더 넓히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최근 독일 아헨공대를 방문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와 버추얼 개발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사장은 “마지막 단계인 실제 트랙 주행 감각을 얼마나 재현할 수 있느냐는 모든 회사가 총력을 기울이는 영역”이라며 “외부 대학,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와 협력해 기술 완성도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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