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억도 포기’ 월300만원 시골보건소 택한 의사…“환자들 곁에 오래 있고 싶다”

임경수 전북자치도 정읍시 고부보건지소장. [정읍시]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서울아산병원 퇴직 후 연봉 4억원의 병원장 자리도 마다하고 전북 정읍시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의사가 화제다.

최근 방송된 YTN 프로그램 ‘낭만닥터 임소장-시골로 온 의사’에서는 응급의학과 교수로 30여 년간을 일한 뒤 정읍시 고부면 보건지소장으로 부임한 임경수 소장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임 소장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받는 손꼽히는 명의다. 1994년 박윤형 전 순천향대 석좌교수와 함께 응급의료법 제정에 앞서 법 초안을 작성하는 등 열악한 국내 응급의료계를 이끌어 왔다.

그는 2024년 9월 정읍아산병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두 달 만인 같은 해 11월 고부면 보건지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응급의료계에서 임 소장 정도의 경력이 있는 의사라면 연봉 4억은 족히 받을 수 있었지만, 월급 3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공중보건의의 길을 택했다.

임 소장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정읍에 머물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료를 맡고 있다. 생활하고 있는 곳은 보건소 2층에 마련된 4평 남짓한 옥탑방이다.

의원은 물론 약국조차 없고 대중교통도 부족한 농촌 마을에서 임 소장은 하루 2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 대부분은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을 앓는 70~80대 노인들이다. 환자를 부르고 진료실로 안내하는 일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임 소장은 지역 의료 현실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읍 14개 면적이 서울시와 비슷하다”며 “14개 면에 의사가 저 혼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중보건의가 6명 있었는데 다 떠나고 이제 저 혼자 남았다. 서울시에 의사 한 명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각 지역별로 잘 살건 못 살건 기대 수명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건강 수명은 수도권은 70세 정도이고, 농어촌 지역은 63세밖에 안 된다. 무려 7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1차 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 소장은 “1차 의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되고 결국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체계까지 무너지게 된다”며 “세계보건기구(WHO)도 1차 의료를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 남은 유일한 의사인 임 소장은 가능한 오래 환자들 곁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가진 돈을 다 쓰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 느끼는 낭만은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식물과 고양이를 돌보고, 봄과 가을에 철새가 날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분들을 조금이라도 더 도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건강을 잘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환자들 곁에 있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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