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스승’ 미샤 마이스키 “뭘 하든 110% 해낼 것, 응원한다”

장한나 스승 미샤 마이스키 내한
클래시컬 브릿지 페스티벌 참석
4~12일까지 21명 연주자 총출동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클래시컬브릿지국제음악페스티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무엇을 하든 110%를 해내는 인물입니다. 새로운 도전도 분명히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해요.”

스승과 제자, 지휘자와 연주자에서 이번엔 예술기관장과 연주자로 관계가 달라졌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한국을 찾아 예술의전당 제18대 사장이 된 제자 장한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홉 살이었던 장한나의 첼로 연주 영상을 처음 보고 마이스키가 그를 자신의 마스터클래스에 초대한 것이 사제 관계로 이어진 계기였다. 장한나의 아버지가 마이스키의 사인회에서 딸의 연주 테이프를 건넨 것, 그 우연한 순간이 한국 클래식 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제 관계를 탄생케 했다.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마이스키는 “장한나는 정말 훌륭한 재능을 가진 연주자이자 다재다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 역시 제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기관이자 이번 페스티벌이 열리는 예술의전당의 사장으로 취임한 것을 알고 있었다. 마이스키는 “그전에 해왔던 음악과는 또 다른 복잡한 임무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충분히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저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는 말로 제자를 지지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바라기는 음악 활동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또 전해본다. 훌륭한 연주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한나 지휘자 [KAIST 제공]


1994년 12세에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첼로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며 혜성처럼 등장한 장한나는 이후 첼리스트에서 지휘자로 전향했다. 앞서 2023년 한국을 찾았을 당시 마이스키는 지휘자 장한나와 한 무대에 섰다. 당시 기자들과 만나 그는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장한나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압도적인 인상이 아직 생생하다”며 “환생이라는 말을 믿게 됐다. 작은 소녀에게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당시의 만남이 11년 만에 성사된 사제 협연이었다.

마이스키는 이날 역시 “지휘자 장한나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무대에 올라서 연주를 할 수도 있지만, 너무나 훌륭한 첼리스트니까 첼로 연주도 계속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들려줬다.

마이스키가 한국을 찾은 것은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 참석을 위해서다. 그는 “한국에 처음 온 게 대략 40년 정도 된 것 같다”며 “올 때마다 정말 너무 기대되고 다음 방문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은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이 예술감독을 맡아 기획과 섭외, 연주를 직접 이끄는 프로젝트다. 2018년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보르도, 서울, 파리를 거쳐 이어져 온 이 페스티벌은 올해 여섯 번째를 맞는다. ‘브릿지(Bridge)’, 즉 ‘다리’라는 이름에 이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모든 것이 담겼다.

클라라 민 예술감독은 “(이 페스티벌은) 세대와 세대 간의 연결,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연결, 비즈니스와 음악의 연결 등 여러 가지 연결을 생각해서 브릿지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당연히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간의 연결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술감독 클라라 민 [클래시컬브릿지국제음악페스티벌 제공]


올해 클래시컬 국제 음악 페스티벌엔 전 세계에서 모인 21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 고양아람누리에서 총 7회에 걸쳐 진행된다.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 리사이틀(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포문을 열고, 오귀스땅 뒤메이, 에드가르 모로, 알리사 마르굴리스, 클라라 민이 참여하는 체임버 콘서트(5~6일, 예술의전당)가 이어진다. 다비드 첸과 루카 시쉬의 피아노 리사이틀(1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페스티벌의 마지막은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라흐마니노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11~12일,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가 장식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11~12일),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12일)이 협연자로 나온다.

민 감독은 아티스트 선정 기준에 대해 “물론 실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건 서로에게 열린 마음, 진정성”이라며 “실내악이라는 것은 서로를 들어줘야 하는 연주이기 때문에 선입견이 있으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음악 안에서 모두 아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클라라 민 감독은 함께 하는 음악가들을 “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친구들이자 넓은 의미의 가족”이라고 했다.

페스티벌의 또 다른 축은 ‘세대의 연결’이다. 마이스키는 이번 무대에서 아들, 딸과 함께 트리오로 연주하는 시간도 갖는다. 비올리스트 리다 첸 역시 18살이 된 아들이 이번 서울 공연에서 처음으로 한국 무대를 밟는다. 아르헨티나 출신 세기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딸이다.

비올리스트 리다 첸 [클래시컬브릿지국제음악페스티벌 제공]


그는 “젊은 연주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존중해야 한다.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결국 클래식 음악을 이어갈 사람들은 바로 젊은 연주자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키는 “외모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변함없이 젊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연주자들에게 항상 해주는 조언은 ‘젊음을 유지하라(Stay young)’이다. 내 인생의 꿈은 오래 살되 젊은 상태로 죽는 것(Live long, Die young)”이라고 말했다.

이 페스티벌은 전 세계 도시를 이동하며 축제를 여는 독특한 포맷을 갖고 있다. 민 감독은 “더 이상 물리적인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온 세계가 디지털과 AI로 하나로 이어져 있고, 지구 반대편의 소식을 동시다발적으로 듣는 시대에 전 세계는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Unified Platform)’”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래시컬 브릿지’를 세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서머 페스티벌로 성장시키기 위해 내년부턴 프랑스 칸(Cannes)에서 본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의 정규 시즌 중에는 서울, 싱가포르, 도쿄, 뉴욕, 샌프란시스코, 리야드 등을 순회하는 미니 페스티벌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클래시컬 브릿지는 공연 축제를 넘어 ‘문화 플랫폼’을 지향한다. 그는 “공연장에서 청중이 듣는 것은 굉장히 정교한 음악인데, 보이는 것은 2차원적”이라며 “들리는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동시다발적,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지금 애플과 논의 중이다”며 AI(인공지능) 기술 접목 프로젝트 계획을 밝혔다.

음악을 내보이는 방식은 진화하나, 음악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클라라 민은 “음악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음악이 갖고 있는 고유의 진실이 있기 때문에 수 세기 동안 우리와 함께했다”며 “ 음악을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이것이 연주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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