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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을 형상화한 이미지. [123rf] |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 시장이 부진한 상황을 이어가는 반면 미국에서는 온체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가격 변동성과 상장시수펀드(ETF) 자금 유출이 단기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전통 금융기관들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 인프라를 제도권 금융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8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4.23% 하락한 6만7080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더리움도 5.36% 내린 187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리플(XRP)과 솔라나도 각각 2.06%, 5.56% 떨어지는 등 주요 디지털자산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7만달러 내준 비트코인…ETF 환매·DAT 매도에 ‘뚝’=비트코인이 6만달러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4월7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지난해 같은 날 10만5888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1년 새 약 36.6% 낮아졌다. 지난달 8만2000달러선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해도 약 18% 빠진 수준이다.
2일(현지시간) 코인셰어즈의 선임 연구원 루크 놀란은 “비트코인이 두달 만에 처음으로 7만달러선을 내줬다”며 “매도세는 ETF 환매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지난달 15일 이후 지속적으로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2024년 1월 출시 이후 가장 긴 순유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2주 동안) 30억달러가 빠져나갔다”고 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도 대규모 자금 이탈을 겪었다. 이더리움 현물 ETF의 유출 규모는 같은 기간 약 26억달러로 집계됐다.
디지털자산 투자상품 전반에서도 환매 압력이 커졌다. 지난주 디지털자산 투자상품에서는 16억7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주간 유출 규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위험자산인 디지털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디지털자산 재무기업(DAT·Digital Asset Treasury)으로 꼽히는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대량 매도도 시장 심리에 부담을 줬다. 스트래티지는 지난 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를 통해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비트코인 32개를 평균 7만7135달러에 매도했다고 밝혔다. 매도 규모는 약 250만달러로 2022년 12월 이후 첫 비트코인 매도다.
놀란 연구원은 “매도 물량은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84만3706개 중 0.0038%에 불과하다”면서도 “시장에서는 매도 규모보다 상징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평가했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공시 당일 전 거래일보다 5.85% 하락 마감한 데 이어 2일(현지시간)에도 9.15% 추가 하락했다.
▶약세장에도 美 온체인 인프라 속도=다만 현물 시장 약세와 별개로 미국 금융권의 온체인 인프라 구축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미국 예탁결제원(DTCC)은 지난달 27일 토큰화 증권 플랫폼을 스텔라 네트워크와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산하 중앙예탁기관인 DTC가 수탁중인 주식, ETF, 미 국채 등 자산을 블록체인상 토큰 형태로 전환해 스텔라 네트워크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DTCC는 토큰화 서비스의 단계적 출시 계획도 내놨다. 오는 7월 제한된 범위에서 토큰화 거래를 시작한 뒤 10월 정식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운영·기술 절차 검증을 위한 워킹그룹에는 골드만삭스, 프랭클린 템플턴, 웰스파고 등 전통 금융사와 서클, 리플 등 디지털자산 기업을 포함해 50곳 이상이 참여한다.
크립토 파생상품 인프라도 확장되고 있다. CME그룹은 지난 1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디지털자산 선물·옵션의 24시간 연중무휴 거래 체계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부터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첫 주말 동안 7200건 이상의 디지털자산 선물·옵션 계약이 체결됐으며 명목 거래대금은 약 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조치는 기관투자자가 디지털자산 거래 리스크를 보다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디지털자산 현물시장은 주말에도 움직이는 반면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 시간은 제한돼 있어 가격 급변 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팀 맥코트 CME그룹 주식·외환·대체상품 글로벌 총괄은 “상시 거래 전환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속적인 가격 발견과 거래 신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결제까지 번진 블록체인 인프라 경쟁=인공지능(AI) 에이전트 경제도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 확산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빈후드는 지난달 고객이 AI 에이전트를 연결해 주식 거래와 신용카드 결제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고객은 별도 거래 계좌와 가상카드를 설정하고 AI 에이전트가 사용할 수 있는 자금과 결제 한도를 정할 수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이를 두고 “금융 플랫폼의 역할이 단순 거래 및 결제 중개에서 AI 에이전트의 행동을 통제하고 승인하는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며 “에이전트가 고객의 의도를 해석하고 조건에 맞는 거래를 실행하는 구조는 금융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이 사람 중심의 UI에서 에이전트 중심의 권한 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향후 금융 경쟁이 고객 확보가 아닌 고객의 ‘대리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금융사는 고객의 예탁금, 거래 빈도, 카드 사용액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금융앱을 열어보는지보다 어떤 금융사가 고객의 에이전틱 AI에게 결제 및 거래 권한을 부여받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에이전트 결제 영역에서는 빅테크와 디지털자산 기업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달 코인베이스·스트라이프와 함께 ‘아마존 베드락 에이전트코어 페이먼트’를 공개, AI 에이전트가 웹 콘텐츠와 API 등을 이용할 때 USDC 기반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솔라나 재단과 함께 x402 표준 기반 결제 서비스 ‘Pay.sh’를 출시해 AI 에이전트가 별도 계정 없이 솔라나 네트워크 상의 스테이블코인으로 API 사용료를 정산할 수 있게 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4월 x402 기반 서비스 검색·결제 플랫폼 ‘에이전틱 마켓’(Agentic.Market)을 출시해 에이전트가 유료 서비스를 찾아 USDC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B2B, B2C 에이전트의 활성화는 블록체인 전반은 물론 디지털자산 관련 기업들에 수혜가 된다”고 진단했다. 빅테크들이 블록체인을 결제 인프라로 채택하면서 앞으로 디지털자산이 금융 인프라의 표준으로 작용하며 시장의 촉매로 작동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에이전트 주도 온체인 지표 활성화, 실물연계자산(RWA) 및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며 우상향할 것”이라며 “사이클상 8월까지 단기 저점이 형성될 수 있어 현물 위주로 점차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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