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5부 능선’ 넘은 한국, 멕시코전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

체코에 2-1 역전승…32강행 성큼
멕시코전까지 승리 시 조기 진출도
월드컵 첫 경기 승리팀, 진출 확률 60%↑

 

1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한국이 2-1로 역전승을 거둔 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에 참여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체코를 상대로 값진 승리를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2일(한국시간)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고 승점 3을 확보했다. 대회 전부터 이번 조 최대 분수령으로 평가받았던 체코전에서 승기를 잡아내며 32강 진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체코전의 승리는 가장 부담스러운 1차전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 추첨 직후부터 A조는 멕시코와 한국, 체코가 16강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로 평가됐다. 개최국 멕시코가 조 1위 후보로 꼽혔고, 한국과 체코가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두고 다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체코전 승리는 단순한 승점 3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역대 월드컵에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팀이 조 2위 이상을 확보해 토너먼트에 진출한 확률은 60%를 넘어선다.

한국 대표팀의 과거 월드컵 기록을 살펴보면, 조 2위 이상을 확보해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세 번(2002·2010·2022)에 그친다. 이 가운데 한국이 1차전에서 승리한 건 2002년 한일 대회(폴란드전 2-0)와 2010년 남아공 대회(그리스전 2-0) 등 두 번이다. 직전 카타르 대회 땐 첫 경기에서 무승부(우루과이전 0-0)를 거두며 조별리그 최종전까지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첫 경기부터 지면 본선행에 가시밭길이 펼쳐진다. 앞선 8차례 월드컵에서 1차전에서 패한 팀이 조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건 14회(성공률 11%)에 그친다. 한국도 역대 월드컵에서 1차전에서 패한 다섯 번의 대회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이제 멕시코전에서 패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비기더라도 최종전에서 충분히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멕시코전까지 승리한다면 사실상 32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는 그림도 가능하다.

대표팀 입장에서도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는 늘 부담이 따른다. 첫 경기 결과에 따라 남은 일정의 난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홍명보 감독 역시 체코전을 앞두고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1차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멕시코는 체코와 전혀 다른 상대다. 체코가 장신 선수들을 활용한 세트피스와 제공권이 강점인 유럽형 팀이라면, 멕시코는 빠른 패스 전개와 기술적인 플레이, 측면 돌파를 앞세우는 북중미의 강호다. 여기에 개최국 프리미엄까지 더해진다.

이미 멕시코는 개막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2-0으로 꺾으며 승점 3을 챙겼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조 1위 후보다운 모습을 입증했다. 한국과 멕시코의 맞대결은 사실상 A조 선두 경쟁전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 체코전에서 드러난 강점을 멕시코전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손흥민과 이강인을 중심으로 한 공격 전개는 멕시코 수비진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체코전에서 한국은 선제 실점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뒤집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황인범을 중심으로 한 중원의 활동량과 수비진의 조직력 역시 인상적이었다. 체코의 높이를 견뎌낸 경험은 멕시코전에서도 자신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요소도 분명하다. 멕시코는 개최국답게 사실상 홈경기를 치른다. 관중 대부분이 멕시코를 응원하는 환경에서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멕시코는 체코보다 볼 소유 능력이 뛰어난 만큼 중원 압박과 수비 전환 속도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 대표팀에 호재도 있다. 멕시코와 남아공 1차전 후반 추가시간에 멕시코 주장이자 주전 센터백인 몬테스가 남아공의 역습 상황에서 파울을 범해 퇴장을 당하면서다. 이로써 몬테스는 한국과의 A조 2차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멕시코 언론은 “멕시코에서는 히메네스가 아닌 몬테스를 실질적인 에이스로 여긴다”라며 “한국 입장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상이자 이번 대회 성패를 결정짓는 선수”라고 몬테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대표팀은 상대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사라진 상태로 2차전을 준비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홍명보호의 목표는 단순한 32강 진출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대표팀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1차 목표는 ‘좋은 위치’에서 32강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만약 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C·E·F·H·I조 3위 가운데 한 팀과 맞붙을 32강전, 더 나아간다면 16강전까지 모두 장거리 이동 없이 멕시코시티에서 치를 수 있다. 그야말로 한국에는 ‘멕시코 월드컵’이 될 수 있다.

조 2위일 때는 B조(캐나다·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카타르·스위스) 2위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맞붙는다. 조 3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미국 보스턴에서 E조(독일·퀴라소·코트디부아르·에콰도르) 1위, 또는 미국 시애틀에서 G조(벨기에·이집트·이란·뉴질랜드) 1위와 경기하게 돼 강팀과 대결은 물론 이동 거리에서도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국의 월드컵 여정을 결정할 또 하나의 분수령인 멕시코전은 오는 19일 열린다. 한국과 멕시코는 1승으로 같지만, 골 득실에서 멕시코가 앞서있다. 홍 감독은 “32강 진출에 중요한 경기인 만큼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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