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뒤엔 늦는다”…코인거래소 선점 ‘FOMO’ 번진 금융권 [크립토360]

증권사 디지털자산거래소 확보전 가속
키움, 빗썸 투자 추진…미래·삼성·한화도 참전
ETF부터 RWA까지…WM사업 미래먹거리 확장
미래에셋, 홍콩 ‘MAPS’로 통합 플랫폼 경쟁 신호탄


빗썸. [헤럴드DB]


[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입법 전에 판을 짜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금융권 전반에 팽배합니다.”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의 본격적인 논의가 예고되면서 금융권의 합종연횡도 빨라지고 있다. ‘시장의 판이 짜인 뒤에는 늦는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이 거래소 지분 확보와 플랫폼 구축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점하려는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가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키움도 빗썸 투자 추진=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빗썸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투자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빗썸이 신주를 발행하고 키움증권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 규모와 지분율 등은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빗썸은 키움증권 외에도 금융권과 다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여러 형태의 협력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한 증권사가 단독으로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기보다 여러 금융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클럽딜’ 형태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면 투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향후 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코인원은 한국투자금융지주와 OKX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분산 지분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독 투자하는 것보다 3~4곳이 공동 투자하는 편이 부담도 적고 향후 전략적 선택지도 넓어진다”면서 “키움증권뿐 아니라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 금융사 대부분 거래소 투자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한 디지털자산 애널리스트는 “빗썸과 키움증권은 각각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 분야에서 강력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양측이 협력하면 고객 교차 유입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주요 금융사들의 디지털자산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SDS, 삼성카드와 함께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4.0%를 인수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두나무 지분을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을 9.84%까지 확대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지분 92.06%를 약 1335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특히 금융권 전반엔 제도 정비 이후 움직여서는 이미 늦다는 위기감도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올 하반기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마련된 뒤 거래소 인수나 플랫폼 구축에 나설 경우 몸값이 높아지고 주도권도 선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시장이 달아오르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여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격에 디지털자산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디지털자산 사업 담당자는 “입법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데다 향후 금융사의 거래소 지분 보유 한도 등 제도 변화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거래소들도 선제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가 구체화될수록 거래소 가치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몸값 더 뛰기 전에…미래 선점에 자극=최근 증권사들이 거래소 확보에 적극적인 이유는 장기적인 플랫폼 경쟁력 때문이다. 코인 투자자와 주식 투자자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주식과 가상자산을 함께 거래하는 이른바 ‘로빈후드 모델’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와 거래소는 자산관리(WM)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토큰증권(ST),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으로 협업 범위가 확대되면 거래소는 금융상품의 유통 플랫폼 역할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상품 공급 역할을 맡는 형태로 사업 모델이 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하나의 증권 계좌에서 예치금과 주식·디지털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 증권업계에선 디지털자산을 기존 투자 플랫폼에 접목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홍콩법인을 통해 차세대 글로벌 투자 플랫폼 ‘MAPS(Mirae Asset Portfolio Service)’를 공개했다. MAPS는 주식 등 전통 금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하나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통합 투자 플랫폼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획득한 데 이어 MAPS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와 글로벌 투자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본격화될 경우 증권사들의 사업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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