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국수본부장 동시 대행 체제
수사 동력 상실·정책 과제 정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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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오른쪽),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 잠실 개표소 인근 시위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가 지난해 6월부터 이어지는 가운데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이 30일 정년퇴임을 맞았다. 차기 인선도 아직 시작되지 않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이 대행으로 당분간 빈자리를 메꾸게 된다. 경찰청장에 이어 전국 경찰의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까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
박 본부장의 퇴임은 중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 입장에선 부담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경찰이 10개월째 수사 중인 김병기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비위 사건이다. 대표적 친명 인사이자 이재명 정부 여당 초대 원내대표를 지낸 김 의원 수사는 정권에 부담되는 수사로 꼽힌다. 김 의원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국수본부장 자리마저 공석이 됐다. 경찰 안팎에서 막판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여권 핵심 인사들을 수사해 온 경찰을 길들이기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 수사경찰은 “경찰이 온갖 굵직한 정무적인 사건을 맡고 있는데 수장이 없는 상태에선 결단을 갖고 하기 어렵다”며 “인사를 안 하고 있으니 눈치 볼 수밖에 없는 조직이 됐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전문가는 “이 정부가 수사권을 몰아준 경찰 조직을 정치적 목적으로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례 없이 길어지는 지휘부 공석에 경찰 내부는 들끓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 조직의 일원으로서 기관장 임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 비참하다”며 “총경회의까지 하면서 경찰국을 반대했더니 지금 정부는 무엇이 다르냐”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잠실 집회나 비위 사고들도 책임감 갖고 총대를 맬 청장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며 “현 정부의 경찰 인사는 한마디로 참사다”라고 했다.
수장 공백 속 경찰의 산적한 정책 과제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찰의 수사사무와 공소사무가 분리되면 경찰은 더 큰 수사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조직의 수사 전문성 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데, 경찰은 이 시절을 대행 체제로 보냈다. 황문규 전 자치경찰제 특별위원은 “형사사법 체계 전환 대비에 쏟았어야 할 지난 1년 내내 경찰은 대행 체제로 유지됐다”며 “진취적으로 일할 여건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선에도 어수선한 답보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전국 지방청을 다녀보면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그는 “중견 간부들은 책임질 일은 하지 않으려 하고 크고 작은 경찰 사업들이 좌초되고 보류돼 있다”며 “14만 경찰은 군 다음으로 큰 조직인데 총책임자가 없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12·3 비상계엄 관여 여부를 따지는 국무조정실 주관 ‘헌법존중 TF’ 조사 대상에 경찰이 대거 포함된 점도 인선 지연의 배경이란 설명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경찰 역시 비상계엄에 엮인 조직이었던 만큼 인적 쇄신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은 “비상시국도 아니고 이미 대통령이 선출돼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장기간 경찰 지휘부가 공석인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가 치안 유지에 책임이 있는 기관의 총수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데에 대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며 “경찰 고위급을 이렇게 오래 비워놓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안정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