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한국 축구에 “한두 사람 책임 아냐”…손흥민엔 “아픔 딛고 일어날 것”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조기 탈락을 두고 “이런 사태는 통상 한두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투 전 감독은 1일 공개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1부터 10까지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며 재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하며 48개 참가국 가운데 34위에 머물러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를 키웠지만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한 데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졸전 끝에 0-1로 무너져 대회를 조기에 마감했다.

벤투 전 감독은 “1차전 승리 이후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나 역시 한국의 1차전 후반전 경기력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고 전했다. 이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지만 축구에서는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은 종종 벌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실패를 어떻게 딛고 앞으로 나아가느냐”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전 감독은 약 4년 4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며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이식했다. 이를 통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벤투 전 감독은 당시 16강 진출의 가장 큰 동력으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신뢰’를 꼽았다.

그는 “대표팀에 부임한 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팀 고유의 전술적 색깔을 확립하고 선수들이 그 과정을 믿도록 만드는 일이었다”며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조별리그 마지막 포르투갈전을 앞둔 벼랑 끝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 팀을 온전히 지휘할 수 있었지만, 내가 떠난 뒤 한국은 대행을 포함해 4년 동안 무려 4명의 사령탑을 거쳤다”며 한국 축구에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벤투 전 감독은 “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확고한 경기 방식을 구축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한축구협회가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하면서 한 번쯤 짚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쏘니, 가장 훌륭한 프로…앞으로도 국가대표로 헌신할 것”

한편 벤투 전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을 향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무척 힘든 시기이겠지만, 선수들이 시련을 극복해 낼 것이고, 다시 국민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내가 지도했던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표팀을 위해 뛰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손흥민을 향해 “팀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단 한두 명의 선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그를 감쌌다.

벤투 전 감독은 “쏘니(손흥민의 애칭)는 내가 지도했던 선수 중 가장 뛰어나며, 가장 훌륭한 프로 의식을 갖춘 선수”라면서 “그가 조국에 대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국가대표로 뛴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쏘니는 앞으로도 국가대표로서 헌신할 것이며, 이 아픔을 딛고 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낼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고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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