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인데 아직도 학자금 갚아요”…은퇴 막는 미국 ‘노년 부채’ 67% 증가 왜?

미 62세 이상 학자금 대출자 300만명 돌파…6년 새 67%↑
복리이자에 빚 눈덩이…“11만달러 빌려 50만달러로 불어나”
트럼프 대출 개편에 월 상환액 급증…“은퇴 대신 일터로”

 

미국에서는 학자금 대출 부담이 은퇴 이후까지 이어지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이 은퇴 이후까지 이어지는 ‘노년 부채’로 번지고 있다. 대학 교육을 위해 빌린 돈이 수십 년간 복리 이자를 거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60~70대에도 대출을 갚기 위해 일을 계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학자금 대출 부담이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을 은퇴 시기까지 따라다니고 있다며, 62세 이상 연방 학자금 대출 보유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8년 180만명에서 약 67% 증가한 수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고령 대출자의 연체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은퇴 후 고정 수입에 의존하거나 의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체가 장기화되면 사회보장연금과 세금 환급금, 임금까지 압류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부채 규모는 젊은 층보다 훨씬 크다. 연방 학자금 대출을 받은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부채는 약 4만5000달러로, 24세 이하 차입자의 평균인 약 1만3800달러의 3배를 웃돈다.

WSJ는 뉴저지에 사는 60대 부부 크리스·캐럴린 맥컬리프 사례를 소개했다. 두 사람은 대학원 진학을 위해 약 11만4000달러를 빌렸지만, 상환 기간을 늘리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복리 이자가 쌓여 현재 대출 잔액이 50만달러 수준까지 불어났다.

건강보험회사 엔지니어인 크리스는 “대학에 간 것을 후회한다”며 “7월부터 월 상환액이 약 3000달러로 팬데믹 이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닷컴]

이 같은 부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학자금 대출 제도 개편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7월부터 시행되는 새 제도는 일부 차입자의 월 상환액을 늘리고, 채무 탕감까지 필요한 상환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 제도에는 최소 상환액으로 이자를 모두 갚지 못하는 경우 미납 이자를 추가로 불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와 부모 학자금 대출(Parent PLUS) 한도를 학생 1인당 연간 2만달러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녀 학비 때문에 노후를 희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71세 로버트 리는 1997년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6만6000달러를 부모 학자금 대출로 빌렸다. 지금까지 9만1000달러를 상환했지만 아직도 약 5만1000달러가 남아 있다.

그는 “아이들은 모두 성공했지만 빚은 여전히 내 몫”이라며 예상치 못한 의료비가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령층 일부는 대출 탕감을 요구하는 운동에도 나서고 있다.

50세 이상 차입자들이 모인 페이스북 그룹 ‘더 피프티(The Fifty)’는 정부를 상대로 학자금 대출 제도 개선과 부채 경감을 요구하고 있다.

텍사스의 변호사 에이미 코리어 밀러는 “우리는 ‘탕감’이라는 표현을 싫어한다”며 “대부분 원금을 두세 배나 갚았는데도 빚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72세 사회복지사 샤론 더키 역시 은퇴 후 여행을 꿈꿨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10만1000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연금과 사회보장연금 외에 파트타임 일자리를 계속 찾고 있다.

더키는 SAVE 상환 프로그램을 이용해 월 100달러 정도를 내왔지만, 해당 제도가 종료되면서 새 제도 아래에서는 월 상환액이 최대 900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WSJ는 학자금 대출이 미국의 고등교육 투자 수단을 넘어 은퇴 이후 삶까지 바꾸는 구조적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복리 이자와 장기 상환 구조가 맞물리면서 원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갚고도 여전히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령층이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