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장기화 문닫는 소매업소 속출 세입자 ‘렌트비 깎아달라’부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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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지니스 업주들을 만나보면 장사가 그런대로 잘 된다는 곳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기침체로 인한 고통은 비단 비지니스 업주들만이 아닌 건물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테넌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고, 비지니스를 포기하고 떠나는 테넌트들은 하나 둘씩 늘면서 공실률은 높아가고, 건물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짐에 따라 건물주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최근엔 테넌트들의 렌트비 인하 요청이 쇄도하고 있어 건물주들과 테넌트들의 고민과 갈등은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
 
한인타운내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 A씨는 연일 문을 닫거나 파산하는 소매업소들이 점차 늘면서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고 심정을 전한다.
 
올림픽가의 상가 건물 소유주인 B씨는 테넌트들로 부터 얼마전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건물주가 턱없이 높은 액수의 렌트비만을 고집해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어 큰 손실을 입었다는 테넌트들의 주장이다. 최근 한인타운 내 상가 건물들을 둘러보면 빈 업소자리의 테넌트를 구하는 광고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몇 년 째 계속 새 임자를 찾지 못한 채 텅 비어있는 곳들도 많다.

한인타운 6가에 위치한 한 샤핑몰은 몇 년전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한 업소가 문을 닫았고, 그동안 비워진 상태를 유지왔는데, 최근 또 다른 테넌트들마저 경영 악화로 빠져 나가는 바람에 건물 전체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인타운 상가 자리를 찾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고, 치솟기만 하던 한인타운의 렌트비도 이제 조용히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요즘은 사업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렌트비를 인하해달라는 테넌트들과 손실을 감수하기 싫은 건물주와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며, 싸움에서 진 테넌트는 하룻밤 사이 상점 장비들을 모두 챙겨 사라져버리거나, 변호사를 고용해 건물주를 소송하는 사태 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일부 테넌트는 아예 권리금과 사업체에 대한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모든 기존 시설물과 장비일체를 고스란히 놔두고 갈테니 대신 임대계약 조건에서만 해방시켜달라는 테넌트들도 있다.
 
부동산 조사기관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 전역 주요도시 소형 쇼핑몰 렌트는 5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샤핑몰도 연속 하락세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형 체인업체들을 중심으로 렌트비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일부 건물주는 테넌트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먼저 자진해서 렌트비 인하를 서두르는 경우도 간혹 있다.
 
테넌트 입장에선 정상 운영을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요즘처럼 사업상 특별한 이유없이 경기침체로 인해 매상이 평소보다 많게는 50%가량 떨어지다보니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많은 몫의 경비인 렌트비 인하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건물주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려다 결국 공실률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양 측간 소송이나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기까지 해 금적적, 시간적 손실을 겪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테넌트들은 공동으로 건물주에게 대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만일 렌트를 내지 않으면서 공동행동을 일삼는 경우, 법정에서 강제퇴거 명령을 받을 수 있는 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일단 렌트비는 납부하면서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동산법 전문 강정억 변호사에 의하면 최근 렌트비 문제로 의뢰하는 테넌트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요즘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테넌트들이 제 때 페이먼트를 못내도 건물주들이 많이 참아 주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강 변호사는 한인들의 경우 건물주가 구두로 약속한 것이나, 서류에 서명할 때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인을 해버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물주와 테넌트의 상호 서명이 반드시 필요하고, 구두 약속은 법정에서 전혀 소용이 없다”며 전문 변호사에게 계약서 점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한인타운에도 건물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유태인 건물주들의 경우, 경기 동향을 정확히 진단하고, 일시적인 렌트비 조정에 매우 적극적인 편이다. 렌트비 동결 또는 일단 경기 회복시까지 잠정적으로 렌트비를 인하해주고 다시 회복이 되면 그동안 인하폭만큼 더 올려받을 등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건물주와 테넌트 모두 서로 공생할 수 있는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지혜를 함께 모으는 것만이 한인타운의 상권을 보호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저마다 입을 모으고 있다.

제이 양 /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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