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행오버’는 자기색깔 만드는 한 과정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싸이의 ‘행오버’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공개 일주일만에 조회수 6천만회를 돌파했다. ‘강남스타일’의 파급력에 못미칠 지는 몰라도 이 정도로도 엄청난 반응이다.

그런데 ‘행오버’에 대한 반응의 흐름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 하나가 발견된다. ‘행오버‘에 대한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나눠진다는 사실이다. 긍정적 반응은 해외에서 많고, 부정적 반응은 국내에서 많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싸이에게 뭘 그렇게 대단한 걸 기대해”라는 식으로 싸이를 옹호해주는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싸이에게 엄숙주의 잣대를 들이대는 자체가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이다.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한국 특유의 음주문화, 특히 폭탄주 문화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도미노 기술로 폭탄주를 마는 모습, 술 마시기 대결과 러브샷 등이 다양하게 채워져 있다. 


‘행오버’를 ‘겜오버’라 하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강남스타일’과 ‘젠틀맨’ 등 전작들과의 비교도 숨어있다. 중독성과 대중성에서 ‘행오버’는 전작들에 못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리듬과 멜로디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일렉트로닉 댄스곡과 랩 파트가 적지 않은 힙합곡의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댄스가 힙합보다 더 익숙하다.

‘강남스타일’은 의도와 예측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터졌다. 후속곡 ‘젠틀맨’은 국제 가수로 우뚝 선 싸이의 철저한 해외시장 공략용이었다. 그러다 보니 창작력은 약화됐고, ‘알랑가 몰라’, ‘Mother, father, gentleman’ 등의 후크는 세계인에게 춤을 권장 또는 강요하는 ‘클럽튠’이었다.

이번에 외국인 대중을 위해 공개한 ‘행오버’는 또 한 번 싸이의 ‘수출용 트랙’이다. 이에 대한 부정적 반응중에는 “숙취와 음주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좀 그랬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갱스터 랩의 대부 스눕독의 노래에 싸이가 피처링한 것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이 이걸 보고 한국사람들은 모두 저렇게 술을 먹는다고 생각할지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술에 약한 사람이지만, 우리의 폭탄주 문화의 특이성과 신기함은 문화로 표현하고 전달할만한 가치가 있다. 2002년 월드컵 축구 유치에도 ‘폭탄주’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우리의 폭탄주 문화는 싸이가 홍보하기에 딱 알맞다. 술을 못 먹는 사람들의 고충과 애환을 대변하는 뮤직비디오는 싸이가 아닌 다른 가수에게 맡기면 된다.

싸이의 소통법을 한마디로 하면 ‘B급 정서’다. ‘양(아치)끼’와 ‘똘끼’에 코믹을 버무린다. 싸이는 전달방식이 B급이지만 알맹이는 B급이 아니다. 오히려 A급이다. ‘행오버’는 2001년 ‘새’에서부터 2012년 ‘강남스타일‘을 관통하는 자신만의 색채를 이어오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내용물은 A급이라 할만하다. 진지하고 학문적인 것만 A급이 되는 건 아니다. 잘 논다는 점, 놀고 싶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는 위선을 벗어던지고 솔직해라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싸이의 내용물은 A급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의 노래 가사들은 솔직하기 때문에 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때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대신 표현해주는 시원한 맛이 있다.


‘행오버‘는 미국 남부의 ‘트랩’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힙합 트렌드를 따라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싸이는 100% 새로운 걸 내놓을 때도 있지만 ‘기존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능한 가수다. 싸이는 유건형과 공동작업을 하는데, 다양한 월드뮤직에 정통한 유건형이 중독성이 강한 후크를 제시하고, 싸이가 자신에게 맞게 곡을 다듬는다. 항상 이런 패턴의 공동작업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곡 작업의 시너지는 충분히 물이 올라있다. 평가가 엇갈리는 ‘행오버’는 ‘국제 가수’ 싸이가 음악적 색채를 만들어가는 한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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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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