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갑동이’ 김민정 “억눌린 감정, 분출하고 싶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매회 극적 긴장감과 범인 찾기의 재미를 선사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렸다. 갑동이 찾기에 혈안이 돼 있던 하무염(윤상현 분)과 양철곤(성동일 분), 갑동이의 카피캣 류태오(이준 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지만, 모든 캐릭터 가운데서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조절하던 이는 오마리아(김민정 분)다.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 오마리아는 과거 갑동이 사건의 생존자 중 한명으로,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다. 그 또한 갑동이 찾기에 자신의 모든 신경을 쏟는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표정과 가끔 가발과 짙은 화장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기에 김민정이 짊어져야 할 연기적인 무게는 보통이 아니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정은 ‘갑동이’의 여독이 덜 풀린 상태였다. 하지만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을 다한 그였기에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했다.

“‘갑동이’의 오마리아 캐릭터가 감정 신이 많고 힘들다보니 아직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것 같아요. 작품을 끝내기 일주일 전에 자신에게 아쉬움이 있는지 물었어요. 후회는 없어요. 모든 게 부족함이 없이 만족스러워서 후회가 없는 게 아니라, 제가 오마리아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기에 기분이 좋아요. ‘작품 하나를 잘 끝냈구나’라는 생각이에요.”

아역 배우 시절부터 작품에 따라 사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위해 스타일을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이 몸에 배어 있던 김민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스태프들에게 헤어스타일 변화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번에는 뭔가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려 해요. 그만큼 오마리아로 살면서 억눌린 상태에서 연기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원래 문신이나 헤나에 관심이 없었는데,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타투는 집에서 쫓겨날 것 같으니까 단기간에 가능한 헤나에 도전해볼까요?”


작가도 인정하듯이 ‘갑동이’의 오마리아는 캐릭터 사이에서 적정 수위를 지켜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였다. 그것은 마치 높은 곳에서 한 가닥 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마리아가 피해자고 상처가 있는 사람이니 충분이 이중적일 수 있는 사람이라 이해했어요. 하지만 캐릭터의 간극이 너무 크면 안 되니까 그것을 어떻게 적정 수위를 맞춰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 또 오마리아만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다 보니, 그 적정 수준을 조절하는데 머리가 아팠어요. 드라마 중반 이후에는 신경을 많이 썼고 정말 고민도 많이 했어요.”

이러한 고민에서 해방된 지금, 김민정은 나머지 여독을 등산으로 풀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 있지 않지만, 평소에 그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등산으로 이를 달래곤 했다.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산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결되거든요. 명상도 좋아해요. 해외보다는 국내가 좋아요. 물론 해외도 좋지만 국내의 산을 다니다 보니까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등산과 명상이 저한테 맞는 거지 모두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라 생각해요. 각자 스스로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해요.”

김민정은 올해로 데뷔 25년 차를 맞이했다. 나이는 이제 30대 초반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의 주변에는 가족과 친구보다는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나이와 경력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충을 겪고 있었다.

“저는 스물다섯이고 싶은데 거기에 데뷔 나이를 더해야 한다는 현실과 마주치죠. 경력과 나이의 갭이 컸기에 벽에 많이 부딪쳤죠. 어렸을 때는 나이만 먹으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내 경력도 같이 늘어난다는 걸 깨달았죠. 보이고 들리는 게 이만큼이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어요. 때문에 스스로 누르고 살았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제 자신하고 싸우느라 서늘했던 것 같고, 편안하지 않은 시간들이었죠.”


하지만 김민정에게 배우는 천직이었다. 요즘 현장에 아역 배우들을 보면 엄마 손에 이끌려 온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누가 시키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으며, 따로 학원에서 연기를 배운 적도 없다.

“제가 오랜 기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누구 손에 이끌려서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에요. 그냥 현장이 제일 즐거웠어요. 가끔 ‘앞으로는 내가 정말 연기만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어렸을 때는 연기만 잘하면 프로인 줄로만 알고 계속 그렇게 가면 되는 줄 알았거든요. 배우에게 있어서 연기가 가장 중요하지만 현장의 소통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지금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귀하다 여기고 있어요.”

‘갑동이’라는 산을 하나 넘은 김민정에게는 여유가 느껴졌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30대의 분위기도 있지만, 평소의 고민들을 일생을 함께 해 온 작품 속에서 풀겠다는 마음을 먹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은 작품을 얼른 만나고 싶어요. 20대 때는 한 작품이 끝나면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모든 것을 올인 하고 심신의 기가 다 빠져버리는 느낌이었거든요. 덕분에 기본 6개월은 쉬었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템포가 느려지는 걸 느꼈어요. 배우들은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저도 할 수 있는 한 작품 안에서 많이 놀고 싶어요.”

이렇듯 ‘갑동이’는 김민정이라는 배우가 마음 놓고 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그것도 김민정 자신이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카메라 앵글 안에서 말이다. 이제까지 그가 선보였던 모습보다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욱 많기에, 그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여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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