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커플들아, 쿨하지 못해 고마워!

‘쿨’-‘핫’을 오가는 비대칭 사랑
미적지근한 관계 회의감 확산

찌질해도 솔직함에 끌린 대중
tvN ‘연애 말고 결혼’ 시선집중

많은 이들이 ‘쿨(Cool)’한 연애를 이상적인 연애로 꿈꾼다. 관계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고, 구속 받지 않아서 자유로운 ‘쿨’함. 그러나 시작은 ‘쿨’했을지언정 마지막까지 ‘쿨’했던 연애를 과연 얼마나 보았는가. 서로의 가슴에 채워진 사랑의 무게는 늘 비대칭 관계를 형성하지 않던가. 한 쪽이 ‘쿨’해도 한 쪽이 예상치 못하게 ‘핫’해지면 남는 것은 이도저도 아닌 미적지근한 어색함뿐이다. 호감을 가진 상대방의 눈빛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흔들리는 갑남을녀에게 ‘쿨’한 연애는 애초에 꿈일지도 모르겠다.

‘쿨’한 연애에 대한 회의감의 확산은 유행의 첨병인 드라마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로맨스 드라마에 등장하는 커플들의 상당수가 꽤 질척거리는 ‘연애질’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쿨’하지 못한 연애를 향한 대중의 공감은 시청률이 증명한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14회는 10.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방송된 SBS ‘괜찮아, 사랑이야’ 8회는 10.2%로 뒤를 이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13회는 최고 시청률 4.2%(평균 시청률 3.3%)를 기록하며 화려한 종영을 앞두고 있다.


기자들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김미영-이건 커플과 ‘연애 말고 결혼’의 주장미-공기태 커플을 지면으로 초대해 가상대담을 마련하고 각자의 연애 진척 상황을 들어보기로 했다. 드라마에선 하지 못한 솔직한 얘기들이다. 다만 ‘괜찮아, 사랑이야’의 지해수-장재열 커플은 이제 막 드라마가 오부능선을 넘긴 관계로 아쉽지만 초대를 미뤘다.

▶이건= 우리 달팽이, 아니 김미영 씨, 안경 벗었네. 예뻐요. 이렇게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니 참 반가워요. 역시 우린 운명인가 봐. 으하하하! 미영 씨, 요즘 신인 작가로 잘 나가시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제가 첫 번째 팬인 거 알죠? 그리고 우리 ‘개똥이’(이건과 김미영의 유산한 아기)를 그린 그림 정말 감동……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김미영=그 그림을 어떻게 아세요? 이영자 언니(극중 이건이 김미영의 그림을 몰래 구입하며 내세운 가명으로 미영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랑 무슨 관계세요? 그리고 우리 다시는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3년 동안 프랑스 유학 하면서 겨우 정리했는데, 흔하디 흔한 김미영 대신 엘리킴으로 살면서 자존감도 찾았는데…….

▶공기태=미영 씨 억지로 ‘쿨’한 척 하지 않아도 돼요. 장미와 저를 보세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나요? 세상에 ‘쿨’한 연애는 없더라고요. ‘쿨’하다는 것은 결국 덜 사랑했던 쪽에서 멋진 척 내뱉는 단어에 불과해요. 상대방이 정말 좋아지면 도저히 ‘쿨’해질 수 없거든요. 미영 씨도 속마음은 안 그렇잖아요? 우리도 드라마 봐서 다 알아요.

▶주장미=‘쿨한 연애’를 하자고 했는데 ‘진짜’가 된 우린 말수가 줄었어요. 진짜가 아닐 땐 눈치도 안 보고, 하고 싶은 말도 다 했는데……. 사랑 앞에서 ‘쿨’해야 한다는 조건에, 쿨할 수 없게 된 우리는 점점 솔직하지 못하게 됐어요. 기태는 전 여친 아버지 병원으로 간다는 얘기도 안하더라고요. 미영 씨, 요즘 너무 ‘쿨’해지려고 노력하는 거 아니에요? 마음에도 없이 ‘쿨’한 척 하면 상처는 아물지 않을 거에요.

▶김미영=지금으로서는 멀리 떨어져있는게 최선인 것 같아요. 이건 씨도 그렇게 생각할 거에요. 깊은 상처에는 쿨한 척이라도 하는게 상처를 덧나지 않게 하는 일인지 몰라요. 다시 만난 연인은 아무래도 힘들어요. 장미 씨도 기태 씨한테 “결혼 말고 연애하자”고 했다면서요. 그건 어떻게 설명하실래요?

▶주장미=그건…… 모든 게 갖춰지면 그때 가서 결혼하자는 마음을 털어놓은 거였는데……. 신에게는 아직 2회분이 남아있사옵나이다! 그걸 보세요!

▶공기태=장미야! 주장미! 어디 가? 이건 씨, 김미영 씨 죄송해요!

▶이건= 내가 달팽이를 몰라? 상대방이 불편해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착한 사람이란 걸 모를 것 같아! 미영 씨, 난 도저히 ‘쿨’해질 수 없어요. 미영 씨 곁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기 힘들어요. 하지만 미영 씨가 진정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한다면 존중하고 싶어요. 미영 씨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김미영=어! 다니엘 씨한테 전화가 왔네? 저도 자리를 비울게요. 미안해요 이건 씨. 우리 정말 다시 얼굴 보지 말아요.

▶공기태=이건씨,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다시 왔어요. 운명적인 사랑을 얻을 기회는 언제나 오지 않아요. 용기를 내야 미영 씨를 찾을 수 있어요. 오늘 방송 기대할게요!

▶이건=으아아아!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이게 다 ‘문어박사(극중 이건의 주치의의 별명)’ 때문이야! ‘쿨’한 척 하는 것들은 다 사라져버려! 이대로 못 보내! 다니엘! 서브남주는 서브남주일 뿐, 어서 달팽이 곁에서 떨어져! 다니엘(최진혁 분)한텐 오진희(tvN 종영드라마 ‘응급남녀’ 속 최강 지질커플 최진혁(오창석 역)-송지효)가 있잖아. 운명 같은 사랑은 결국 내 것이야! 으하하하!

고승희ㆍ정진영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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