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장녀로서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도도하고 지기 싫어하는 여자아나운서가 후배들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묘한 감정, 아버지와의 애증, 이문학(손창민)을 만나 사랑을 알게되면서 밝은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 등, 이 모든 것을 한 작품에서 소화해냈다.
“현정은 1회과 24회의 얼굴이 완전히 다르다. 변화과정이 한회 한회 다 달랐다. 그 변화과정에 사랑이 있었다. 사람의 본질은 안변하는데, 딱 하나 변하게 하는 건 사랑이다. 모태솔로 같았던 현정이 마지막에 활짝 웃었다. 집안의 책임을 다 짊어지고 살아온 그녀에게 도도함과 까칠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도지원은 “대본을 보고 놀랐다. 배우들이 대본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면서 “김인영 작가님은 산을 주신다. 대본의 행간 파악이 쉽지 않다. 대사 한줄을 주면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 메시지를 읽어보라는 투다“면서 “나무를 심어 뿌리를 내리고 어떤 꽃을 맺게 하느냐는 배우의 몫이다”고 전했다.
“제목을 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라고 지었는지 궁금했다. 악인들은 없다. 사람의 내면에는 착함과 착하지 않음이 있는데,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적이다. 이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었나? 주변환경에 따라 까칠함도 있을 수 있고 착함이 있을 수 있다. 이걸 착하지 않음으로 표현해 인간이 품을 수 있고 변화할 수 있는 걸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해봤다.”
집을 나간 아버지(이순재)가 기억상실이 되어 다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만나는 가족이 맏딸 도지원이다. 도지원을 통해 ‘가족과의 불화’를 해결하는 연결고리로 삼는다.
“현정은 겉과 속이 다른 여자다. 아버지와 이문학은 현정이 변화하는 터닝포인트다. 현정이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처음 털어놓은 것도 이문학이다. 사랑이 모든 걸 풀어주었다. 아버지까지 용서할 수 있었다.”
도지원은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풀어가면서 시청자의 감정도 함께 이입됐다. 이런 연기에 능한 것은 26년간 다져온 연기 경험때문이다. 2002년 ‘여인천하’의 경빈 캐릭터가 워낙 강해 다양한 모습을 못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만 차근차근 극복해나갔다. 소속사에서는 예능물 같은 데 나가서 도지원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다.

하지만 도지원은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겠다”고 했다. ‘웃어라 동해야’의 안나 역을 통해 자신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경빈을 10여년만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도지원은 “경빈때문에 제 자신이 없어진 것 같았다. 처음 저를 만난 사람들은 경빈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만나보니 경빈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도지원이 배우라는 직업을 놓지지 않은 건 작품을 통해 배우는 게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 역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배역을 통해 무언가 얻어가고, 그것에 힘입어 다음 것을 연기한다. 이번에도 대선배님들과 연기하면서, 또 좋은 대본을 만나 많은 걸 배웠다. 성장하는 느낌이다.”
50세인 도지원은 동안이다. 채시라, 서이숙보다도 나이가 많다. 하지만 세월을 막으려 하면 살 수 없다고 했다.

“현실을 못 받아들이면 배우생활도 그만둬야 한다. 누가 치고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상대 배우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표현할지를 연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그대로 남아있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도지원은 “배우는 생각과 느낌, 그 사람만이 가진 향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노력을 안하면 없어진다. 동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면 얼굴에 나타난다”면서 “20, 30년이 지나도 도지원은 똑같네라는 외모가 아닌 저만의 느낌과 자아를 잘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