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출발했는데 이는 신용도가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 즉 대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이들에게 대출을 많이 해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 대출이 경기가 하향세로 돌면서 상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부실대출이 크게 늘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다.
요즘 금융기관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이런 대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11일 뉴욕타임스는 캐피털원이나 GM파이낸셜 등 일부 대형 금융기관들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면서 이들 외에도 HSBC나 JP모건 체이스 같은 대형은행들도 우량 고객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대출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인은행권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각 은행간의 대출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특히 우량고객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우량고객 시장은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과무리한 대출 유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퀴팍스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업체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110만장의 새 신용카드를 발급했다. 이는 전년 동월에 비해 12.3% 늘어난 수치다. 4분기 자동차 할부금융 대출자 가운데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나 됐다. 이 비율은 2009년 4분기에는 17%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극히 취약한 재정상태의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회수하기가 매우 어려워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위기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로 수익기반이 줄자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다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이 낮은 대출자들은 대체로 최고 29%에 달하는 높은 금리를 지불하며 연체도 많이 하기 때문에 연체료 수입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정부의 감독 강화로 이들에 대한 대출이 제한되는 바람에 수수료 수입이 대폭 줄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감시관을 지낸 마크 윌리엄스씨는 “금융기관들이 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런 상황은 금융위기를 유발한 신용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옥석을 분간할 줄 알게 됐다며 심사를 철저히 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인은행들도 최근에는 심사를 철저히하고 아예 영업과 심사를 불리해 전통적인 대출 처리를 하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지나친 경쟁이 또다른 부실대출을 양산해 낼 것이라는 우려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성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