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몰아쳐도 내부는 조용…운전석 공간은 좁아 아쉬움

<시승기> 비바람 몰아쳐도 내부는 조용…운전석 공간은 좁아 아쉬움

한때 영국 롤스로이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세계 3대 럭셔리 카로 꼽혔던 캐딜락. 지금은 많이 퇴색했지만 캐딜락은 미국인들에게 부의 상징이자 꿈이었다. 마릴린 먼로가 탔던 ‘엘도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전차 ‘야수’ 역시 공통점은 캐딜락이다. 지난 2월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아내가 2대의 캐딜락을 운전한다’고 말했다가 서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던 것도 캐딜락이 주는 전통적인 럭셔리 이미지 때문이다.

십자군의 방패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엠블럼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낯설다. 사실 캐딜락은 쉐보레와 형제 브랜드이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캐딜락 CTS’는 캐딜락의 대표 차종.

우선 첫 느낌은 미국의 럭셔리 세단이 자존심을 버리고 유럽 차와 일본 차의 장점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것이다. 권토중래(捲土重來)를 위한 승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정숙성.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31.0kg·m 엔진에도 불구하고 차는 독일과 일본의 프리미엄 세단처럼 조용했다. 특히 지난 22일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서울 내부순환도로를 달렸지만 빗소리는 물론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 차창 밖 바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브레이크는 큰 차체와 넘치는 힘을 제어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빠른 U턴에도 코너링에 따른 쏠림현상이 별로 없었다. 엑셀은 묵직한 독일차, 민감한 일본차의 중간 수준으로 프리미엄급 한국차와 비슷했다.

이번 캐딜락 CTS 3.0 럭셔리 모델은 CTS 세단의 엔트리급 모델로, 직선 고유의 멋을 살린 엣지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6단 자동변속기와 운전대를 움직이면 함께 따라오는 어댑티브 포워드 라이팅(AFL) 시스템, Bose 8-스피커 사운드 시스템 등도 강점이다. 차량의 문에도 점수를 줄 만했다. 차체와 거의 90도 각도로 문이 열려 승·하차가 수월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마감재가 전체적으로는 고급스러웠지만 센터페시아, 도어트림 등에서 다소 밋밋했다. 운전 시야가 약간 좁았다. 7인치 LCD 터치스크린은 감각적인 사용자환경(UI)에도 불구하고 유독 내비게이션의 반응 속도가 떨어졌다. 차체는 크지만 운전석과 내부가 유독 좁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연비(9.4km/ℓ) 역시 미국 차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BMW 528i(13.3㎞/ℓ)와 535i(10.8km/ℓ) 보다는 낮았다. 독일 차가 너무 흔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디테일에 약해도 ‘힘과 정숙성’ 위주의 차를 고르겠다는 소비자라면 한번 구입 리스트에 올려볼 만하다.

김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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