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기자의 결정적 한방> 절묘한 캐스팅의 힘, ‘좋은 친구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또 누아르야?’ 앞서 줄줄이 개봉한 누아르 영화들이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면서, ‘좋은 친구들’은 부당한 선입견을 안고 출발한 면이 있다. 지성·주지훈·이광수의 조합은 소위 ‘톱스타 캐스팅’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연기파 배우들이라고 부르기도 머쓱한 구석이 있다.

‘좋은 친구들’은 영화를 둘러싼 선입견과 우려를 보란듯이 날려 버린다. 폭력 조직의 인물들을 내세워 공감이 쉽지 않았던 기존 범죄드라마와 달리, 평범한 인물들을 내세워 충분히 있을 법한 사건을 그들에게 던져준다. 신인 이도윤 감독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린 세 친구가 서로 의심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탁월한 심리묘사를 통해 긴장감 있게 풀어낸다.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이지만, ‘결정적 한방’은 캐스팅에 있다. 어느 정도 연기 경력을 가진 배우들에게 늘 절실한 것은 이미지 변신이다. 하지만 기존 이미지와 무리하게 상반되는 역할을 맡았다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결과만 낳는 경우가 있다. ‘좋은 친구들’의 배우 3인방은 각자의 캐릭터와 교집합이 있는 역할을 맡아 이질감을 덜면서도, 한층 성장한 연기력으로 자기복제의 위험 또한 비껴간다. 


가장 강렬한 인상 남긴 건 단연 주지훈이다. 인철(주지훈 분)은 보험왕이면서 보험사를 등쳐먹는 속물이자, 당장 굶어 죽어도 폼나는 집과 자동차는 포기 못하는 허세로 가득하다. 주지훈은 그런 인철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툭하면 욕설을 내뱉고 친구에게도 말보다 주먹이 앞서지만, 종종 그의 얼굴에 드리우는 불안감과 나약함은 연민을 품게 만든다.

이광수의 캐스팅은 감독 입장에서 모험이었을 수 있다. ‘런닝맨’의 예능 이미지가 강한 그를,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범죄 드라마에서 웃음기 뺀 모습으로 등장시킨다니. 극중 이광수가 연기한 ‘민수’는 대중에게 친숙한 이광수의 이미지는 물론, 극의 분위기에 맞는 어두운 내면까지 겸하고 있다. 어리숙하면서도 마음 여린 이 소시민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무너져내린다. 이광수의 첫 등장에 관객석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잠깐이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광수는 ‘기린 광수’가 아닌 ‘민수’ 그 자체였다.


상대적으로 강렬한 두 캐릭터 때문에 지성의 활약을 놓친다면 오산이다. 우선 그는 상대 배우들보다 돋보이고자 하는 욕심 자체가 없었다. 실제로 지성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부각되는 게 중요했으면 애초에 이 영화를 안 했을 것”이라면서 “두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그들을 받쳐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성의 절제된 연기 덕분에, 주지훈·이광수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감정 연기도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이토록 완벽한 조합이라니. 각자의 기량을 뽐내면서도 절묘한 호흡까지 보여준 지성·주지훈·이광수는 ‘좋은 친구들’을 통해 ‘좋은 배우들’로 한 단계 성장했다. 개봉은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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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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