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올 것이 왔다”…의류업체 무자료 현금거래 관행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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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사법당국의 합동수사팀이 돈세탁 관련 일제 단속을 벌인 직후인 10일 오전 LA다운타운 의류상가가 철시한 듯 한산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LA 다운타운 의류업계가 멕시코 마약 조직의 돈세탁의 진앙지로 부상했다.

특히 체포된 두 명을 포함해 10곳이 넘는 한인 업체가 10일 대규모로 이뤄진 합동 단속의 대상이 되면서 한인 사회는 거의 할말을 잃은 상태이다. 한인들이 중심이 된 LA다운타운 지역 의류 도매업계가 마약 자금의 세탁 장소라는 오명을 받은 것은 사실 하루 이틀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 처럼 1,000여명에 가까운 요원이 투입된 대규모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마약 자금 세탁=마약 자금의 세탁 창구로 가장 각광 받는 업종은 의류나 원단 등 섬유 분야로 알려져있다. 멕시코에는 아직 관련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할 만한 여력이 미흡해 LA를 비롯한 미국 주요 지역에서 연간 50억 달러 가량의 의류를 수입해 가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마약 자금 세탁과 관련된 무자료 거래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두배 이상으로 늘게 된다. 멕시코에서는 연간 260억 달러 가량의 의류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의류를 미국에서 구매해 판매하고 있는 현실이다.

멕시코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2,000개가 넘는 도매 업체를 비롯한 봉제와 원단 생산 및 유통 업체가 몰려 있는 LA는 어떻게 보면 이런 멕시코와의 의류 거래에서 마약 자금 세탁에 최적지로 꼽히고 있는 셈이다.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큰 마약 국제 유통 조직을 갖추고 있는 멕시코는 미국에서 마약을 판매해 벌어들인 돈으로 의류를 구매하고 이를 다시 멕시코로 수출하면서 정상적인 비즈니스로 현금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판 1,000만 달러의 마약 자금을 일부 의류나 원단 업체 100곳에 가서 각각 10만 달러씩 물건을 구매해 멕시코로 보내는 수법인 것이다. 이후 멕시코에서 의류를 받은 마약상은 이를 멕시코의 의류 유통 업체에 넘겨 돈을 받는 단순한 구조인 것이다.

지난 2010년 멕시코 정부가 해외 마약 판매 자금의 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달러화 사용을 제한한 후 의류수출 방식이 크게 늘었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자바의 한인 업체 입장에서보면 마약 보다 더욱 강력한 현금 거래 유혹에 넘어가 검은돈 세탁에 일조를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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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합동단속팀이 LA다운타운의 한 도매업체를 수색하고 있다.

▶현금 소규모 거래로 신용 쌓아 대규모로 발전되는 거래 패턴= 이들 마약 조직들은 의류 구매 업체 직원을 가장한 일부 히스패닉계 구매자를 시험적으로 LA지역 의류 업체들에 보내 초기에는 수천 달러 수준의 규모로 물건을 현금 구매하면서 거래를 트고 신용을 쌓아 대상 업체를 물색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뜩이나 판매가 줄고 특히 미국으로 출장을 와 현금 거래를 하는 소규모 중남미계 구매자들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자바시장의 한인 업체들에서는 이들의 출입을 반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들 멕시코 마약상들은 아예 10만~50만 달러 가량의 현금을 맡긴 후 향후 일정 기간동안 구매 할 제품 값을 미리 선지급 받는 제안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일정 수량의 제품 판매도 보장되고 당장 현금을 활용 할 수 있다는 마약과 같은 유혹을 뿌리칠 한인 업주는 많지 않다. 어느정도 기간 동안 거래 관계가 형성되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을 받게 된다. 일정 수량의 제품 판매도 보장되고 당장 현금을 활용 할 수 있다는 마약과 같은 유혹을 뿌리칠 한인 업주는 많지 않다.

이 단계까지 넘어가면 이제는 아예 100만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마약 판매 자금을 의류나 원단 업체에 맡기고 일부는 과거처럼 물건 판매 대금으로 활용한다.

또 일부는 다른 업체의 제품의 구매까지 대행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들 마약 업자들의 주로 공략하는 대상은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 거주자들의 신체적 특성에 맞게 플러스 사이즈를 만드는 업체들이다. 실제 10일 진행된 단속에 포함된 한인 업체중 절반 가량이 플러스 사이즈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곳이었다.

중요한 점은 한인 업주가 이런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만약 이를 알면서도 방관했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동조했다면 중형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일부 업주는 아예 수백만 달러 이상을 매년 맡아 주면서 일부는 이를 회사 운영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값싸게 만들어진 옷을 수입하면서 실제 가격 보다 낮은 수준인 이른바 언더 밸류를 통해 미국에 들여와 이를 다시 현재 도매 판매 시세 보다 낮게 멕시코 무역상에 판매하는 방식도 활용했다. 생산이나 판매 과정에서 손해 보는 부분 이상은 멕시코 마약상의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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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합동단속팀이 압수한 현금. 마약 관련 자금이 세탁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인 의류업계 위축 우려= 이번 대규모 합동 단속이 낳은 부정적인 결과는 크게 낮아지는 현금 유동성과 마약 자금 세탁의 온상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해마다 크게 줄었던 현금 구매 고객이 더욱 감소해 현금 유동성에 비상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대부분 의류도매 업체들은 납품하는 유통 업체의 대금 결제 주기가 30일에서 길게는 180일까지 길어지고 있고 이마저도 재고에 대한 반품과 결제 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 더욱이 미국내 상당수 의류 유통 업체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 최근 몇달 사이 신규 주문량이 예년에 비해 20~30%가량 급감했다. 또한 러브컬처를 비롯해 연초부터 파산하는 의류 유통업체도 많아 납품한 대금을 아예 회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현재 의류도매 업체들의 순마진은 5~8%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업체는 매출 부진으로 역마진 구조를 보이는 곳도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단속으로 인해 중남미에서 오는 현금 구매 고객까지 급감하게 되면 당장 매달 나가는 매장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까지 걱정해야 하는 업체도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게 되면 당장 은행이나 팩토링 등 금융권의 압박도 이어지게 된다. 상업 융자의 한도를 줄이거나 아니면 아예 전부를 회수하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 붕괴와 금융위기를 겪었던 금융권 입장에서는 또다시 대규모 부실 채권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그나마 회수가 가능할 때 대출금을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돈줄이 막히면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 투입해야 할 여유도 없게 된다.

이는 비단 디자인 등 제품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등 해외에서 대규모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 역시 어느정도의 자금 여력이 없으면 불가능하게 돼 결국 제품 품질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낮아지게 된다. 또한 원단이나 부자재 등 협력 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 역시 기간을 연장하거나 혹은 아예 못 줄수도 있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연관된 전체 산업군으로 연쇄 작용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당장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마약 자금 세탁의 중심지라는 오명이 쉽게 사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더욱 문제다.

30년 가량 규모도 키우고 제품 개발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나름의 노하우의 인프라를 구축한 LA다운타운 의류 도매 상권은 이제는 미국내 주요 백화점 체인과 대형 의류 유통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LA다운타운 의류업계는 불법 자금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또한 주요 관련 단속기간에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마약 자금 세탁과 관련된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도 높아지고 SNS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단기간에 주요 이슈가 빠르게 전파되는 유통 환경에서 이번 사태는 분명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약 자금을 통해 성장하고 또 이 자금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의류 도매업체로 부터 공급 받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팔고 있다는 이미지가 확산된다면 유통 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거래선을 바꿀 수 밖에 없다.

30년 동안 힘들게 쌓아 논 대형 유통 업체 거래선이란 공든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체 정화와 재발 방지를 위한 업계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인의류협회 이윤세 회장은 “수십년간 암암리에 이뤄진 마약 자금 세탁이 2010년 이후 수면위로 올라왔다”며 “당장에 이익에 눈이 멀어 불법적인 일에 동참하는 한인 업계를 바로 잡기 위해 11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세미나를 비롯한 계몽과 공동 대응을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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