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관심도 없고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일상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술에 취해 있거나 도박을 하거나 스트리퍼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식이다. 게다가 도덕적인 인간도 아니다. 과일 가게에서 사과 하나를 슬쩍 하는 건 예삿일이고, 자신의 실수로 망가뜨린 울타리를 옆집에 변상하라며 덮어씌우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특별한 이웃이 생겼다. 자신보다 더 어른같은 10살 소년 올리버다. 생활비와 아내의 병원비 등으로 파산 지경에 이른 빈센트는, 시급 11불에 올리버의 보모 역할을 자청한다. 예상대로 빈센트와 함께 하는 시간은 올리버에게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 열살짜리를 단골 술집에 데려가질 않나, 경마장에 데려가 베팅의 기술을 일러주기까지 한다. 누가 봐도 자격 미달의 보모다.
하지만 정어리 통조림을 스시처럼 맛있게 먹어주는 속깊은 소년 올리버에게 빈센트는 ‘결점 투성이’지만 배울 점 또한 많은 어른이다. 올리버는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치매 아내를 최고의 요양시설에 머무르게 하고, 8년 간 아내의 빨래를 손수 해 온 빈센트에게서 성인의 덕목 중 하나인 희생정신을 발견한다. 자신의 끼니거리가 마땅치 않아도 반려묘의 먹이는 고급으로 준비하는 빈센트는 사실 배려를 아는 사람이었다. 하물며 올리버는 빈센트를 따라 간 경마장에서도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때에 따라 ‘올인’할 수 있는 결단력을 배웠다고 말한다. 물론 위인전에는 어울리지 않겠지만, 올리버에겐 빈센트가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인 셈이다. 영화는 세상이 말하는 ‘성인’의 기준에 의문을 던지며, 한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 또한 ‘성인’일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아울러 누군가를 직접 겪고 깊게 들여다보기 전엔, 그 사람이 ‘심술궂은 노인’인지 ‘성인’인지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일러준다.
‘세인트 빈센트’의 맛을 더하는 건 단연 빌 머레이의 연기다. 만사가 귀찮다는 듯한 표정에서 묻어나는 페이소스는 그의 연기 내공을 엿보게 한다. 힘을 빼고 툭툭 던지는 대사나 소소한 움직임은 내 눈 앞의 광경이 어느 순간 연기가 아닌 실제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워킹맘의 고충을 보여주는 멜리사 맥카시의 생활 연기와 러시아 출신 스트리퍼로 등장하는 나오미 왓츠의 러시아식 영어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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