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마니’를 연출한 요네바야시 히로마사(43) 감독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요네바야시 감독은 ‘지브리 최연소 감독’, ‘천재 애니메이터’ 등으로 불리며,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주목 받았다. 그의 지브리표 첫 장편영화 ‘마루밑 아리에티’(2010)는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두 번째 장편 ‘추억의 마니’는 그가 지브리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작품일 수 있다는 점에서 스크린을 마주하는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전작 ‘마루 밑 아리에티’에 이어 ‘추억의 마니’에도 자연 배경의 묘사가 두드러집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풍광 등을 표현하는 일이 까다로웠을 법 한데요.
= “정말 어려웠어요. 특히 ‘추억의 마니’는 일몰부터 어두워질 때까지의 매직아워를 표현하기 위해 한 컷 한 컷 빛의 느낌에 변화를 주면서 그렸죠. 이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뛰어난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특히 마니의 저택이 자리한 습지 풍경이 인상적이었어요. 참고한 실제 장소가 있나요?
=“습지 풍경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예요. 홋카이도 동쪽의 네무로 지역과 남동부에 위치한 구시로 지역을 답사했고,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가공의 바닷가 마을을 만들어냈죠.”
▶두 편의 작품을 보며 자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느껴졌어요.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한 어떤 환경적인 요인이 있었는지.
=“사실 그 정도로 자연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이번 작품을 만드는데 큰 영감을 줬어요. 스토리상 주인공 안나가 심신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저택을 둘러싼 습지를 포함한 자연을 묘사하는 것은 꼭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실제로 물가를 맨발로 걷거나 바람을 느껴보기도 했죠. 이렇게 생생한 느낌을 작품 속에 재현해 관객 또한 그 느낌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추억의 마니’를 2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들었습니다. 100분짜리 영화를 위해 약 300명의 인원이 그 기간 동안 매달린 건데, 상당히 지칠 법한 시간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작업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뭘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 1년은 적은 인원으로 작업을 진행했고, 마지막 몇 개월 동안 300여 명이 함께 작업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각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알 수는 없어요. 다만 저 같은 경우엔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캐릭터를 하나씩 그려나가는 즐거움’을 원동력으로 삼고 있어요. 처음에는 희미했던 이미지가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색을 입고 목소리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즐거워요. 물론 아주 힘든 과정이긴 해요.(웃음)”
▶스튜디오 지브리 역대 감독 중 최연소로 데뷔해 ‘천재감독’으로 불리기도 했죠. 그런 타이틀이 작품을 할 때마다 부담되지는 않았나요?
=“최연소 데뷔라고 해도 업계 전체로 보면 늦은 편이고, 천재감독도 아니예요.(웃음) 아무래도 가장 부담이 되는 건 역시 영화가 시작될 때 뜨는 파란 토토로 마크가 아닐까요 어릴 적부터 늘 동경하며 봐왔기 때문에 ‘스튜디오 지브리의 역사에 부끄러운 작품을 만들어서는 안돼!’라는 부담이 컸죠.”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이 대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또 감독 본인에게 지브리는 어떤 의미인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이 대중에게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반대로 스튜디오 지브리가 대중에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작품이 완성되고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 그 작품은 관객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이 각자의 관점으로 작품을 즐겨주었으면 하죠.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채워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고, 그 즐거움도 크다고 생각해요.”
▶실사 영화가 구현하지 못하는 애니메이션 만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에 비해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한정돼 있어요. 이것이 애니메이션 만이 가진 힘이기도 하죠. 예를 들어 ‘물의 차가움’을 관객에게 전달할 때, 애니메이션은 전달하고 싶은 요소를 직접 잡아내 그리면 됩니다. 실사영화의 경우엔 창작자가 의도한 ‘차가움’이란 요소 외에도 여러 정보가 관객에게 전달돼 버리죠. 또 캐릭터의 연기를 세심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도 애니메이션의 힘인 듯 합니다. ‘추억의 마니’엔 내가 의도한 그대로의 연기를 담아낼 수 있었어요. 실사 영화라면 불가능했겠죠.”
▶끝으로 지브리의 국내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할만한 질문을 드릴게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을까요?
=“그건 제가 확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앞날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즈키 프로듀서에게 달려있죠. 장편이 아니라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다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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