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개봉을 앞둔 영화 ‘간신’(감독 민규동ㆍ제작 수필름)이 최근 홍콩 필름마켓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채홍사’(미녀들을 강제 징발해 왕에게 바쳤던 직책)라는 이색 소재도 관심을 모았지만, 특히 해외용 포스터가 관계자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방탕한 왕과 야욕 넘치는 간신, 뛰어난 미색의 여인들이 뒤엉킨 모습은 궁궐에 몰아칠 파국을 예고하 듯 위태로우면서도 시선을 잡는 힘이 있다. 디자인 회사 ‘꽃피는 봄이오면’(이하 ‘꽃봄’)의 김혜진 실장(44) 솜씨다.
“‘간신’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잖아요. 연산군(김강우 분)이 악행을 일삼는 비운의 왕이 된 역사가 있고, 간신 임숭재(주지훈 분)도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홍사가 된 스토리가 있어요. 단순히 쾌락을 쫓기 보다, 정치적 희생양에 가까운 인물들이죠. 메인 포스터는 주로 구체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데, 해외용 포스터인 만큼 이미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어요.”
실내 촬영이 모두 끝나고 세트를 해체하기 직전에 포스터 촬영이 진행됐다. 김 실장은 부감컷을 촬영하기 위해 철근 구조물을 쌓고 올라가 배우들을 배치했다. 배우 30~40명이 동원된 촬영이다보니 신속하고 정확한 진행이 중요했다. 민규동 감독은 역대 자신의 작품 중 최고의 포스터라는 찬사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혜진 실장을 비롯한 ‘꽃봄’ 디자이너들은 지난 2000년부터 200여 편 이상의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왔다. 설경구의 기찻길 절규 장면으로 기억되는 ‘박하사탕’(1999)부터 김옥빈의 파격적인 포즈가 시선을 잡았던 ‘박쥐’(2009), 위풍당당한 배우 군단의 워킹을 담은 ‘도둑들’(2012), 황정민의 푸근한 미소가 돋보이는 ‘국제시장’(2014) 등이 이들의 손을 거쳐갔다. 광고 디자인도 맡고 있지만, 영화 포스터 작업의 묘미는 남다르다고 김 실장은 말했다.
“영화에는 모든 분야의 문화가 다 들어가 있어요. 글·문학(시나리오)도 있고, 미장센 아트도 있고, 음악도 있고… 그 걸 한 장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포스터를 만드는 일이죠. 물론 포토그래퍼 입장에선 배우의 표정에 캐릭터와 영화의 느낌을 다 담아야 하니까, 영화 포스터 작업이 제일 어렵다고도 해요.”
특히 ‘집으로’(2002), ‘죽어도 좋아’(2002)와 같은 작은 영화가 관심을 받을 때면, 포스터를 만든 입장에서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도둑들’과 같은 상업영화의 1000만 흥행에도 환호했다. 눈물을 뽑거나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기존 1000만 영화의 스타일을 벗어난 영화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김 실장은 “영화의 규모를 떠나서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데, 영화가 잘 되는 데 포스터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거듭할 수록 부담감과 압박감은 더 커져요. 사실 영화가 잘 돼도 포스터 덕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어렵잖아요. 오히려 작품에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할 때가 많죠. 요즘 대중들은 좋은 건 다 알고, 나쁜 건 더 잘 알아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작품을 만드는 수 밖에 없죠.(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