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의 읽는 노래> 13. 듣기만 해도 성공한다는 거짓말은 아무리 들어도 즐거워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나는 나를 사랑한다/나는 내가 진정 원하는/사람이 될 수 있다/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나를 사랑한다”

지난 2월 22일 독특한 뮤직비디오 하나가 유튜브에 공개돼 온라인상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듀오 노라조의 신곡 ‘니팔자야’ 뮤직비디오는 사이비 교주를 연상케 하는 기괴한 연기,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최면 영상과 착시 효과로 컬트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죠. 일본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니코니코동화(www.nicovideo.jp)의 한 이용자가 남긴 소감 “인류에게 너무 빠른 영상”만큼 이 뮤직비디오를 잘 설명해주는 표현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는 커녕 음원 사이트의 심의도 통과하지 못했던 이 뮤직비디오는 온라인상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뉴스에 강제진출(?)하는 쾌거를 거둡니다.

“로또는 비교도 안 될 성공이/다소곳한 자세로/나를 영접하려 기다리고 있다/지금의 노력이/커다란 우주의 기운과 만나/무한한 성공의 부와 명예를/나에게 제공한다”

‘니팔자야’ 뮤직비디오의 분위기를 살린 요소 중 하나는 도입부에 삽입된 명상음악(?)입니다. 이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듣기만 해도 부자 되는 음악’이란 제목을 가진 이 명상음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죠. 노라조의 멤버 조빈은 지난 3월 28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조만간 솔로 앨범 발표 예정이고, 장르는 명상음악”이라고 밝혀 관객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는데 맙소사……. 그 설마 했던 발언이 현실이 됐습니다. 조빈이 지난 8일 ‘조빈 일집 명상판타지’라는 정말 솔로 앨범을 발표했으니 말입니다. 명상음악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음원 사이트에서 이 앨범의 장르를 확인해보세요. 무려 ‘뉴에이지(New Age)’입니다.

“이상하리만치 신기하게/모든 상황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무엇이든 상상하기만 하면/이루어진다”

듣기 편안한 오디오 주파수대를 만들기 위해 조빈이 직접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녹음해온 자연의 소리를 앨범에 넣었다지만, 제 아무리 명상음악이라는 탈을 썼어도 노라조 식 유머는 어딜 가지 않습니다. 음원 유료구매를 재촉하는 첫 곡 ‘듣기만 해도 부자 되는 음악’부터 “좋아했던 치즈에서 똥냄새가 난다”며 밥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듣기만 해도 살이 빠지는 음악’, ‘야동’ 배우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는 ‘듣기만 해도 잠이 오는 음악(남자편)’, 직장 상사를 신랄하게 조롱하는 ‘듣기만 해도 직장스트레스가 풀리는 음악’까지 이 앨범에는 실소를 자아내는 음악들로 가득합니다.

“나를 사랑한다/이 음악을 듣고 있는/지금의 나도 사랑한다/나는 최고를 향해/걸어가는 도전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끔은 심각한 현실 인식보다 대책 없는 웃음이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음악을 들으며 피식피식 웃다 보면 정말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실제로 음원 사이트 곳곳에선 이 앨범을 듣고 좋은 일이 생겼다고 간증하는 성지순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말 이 음악에 영험한 힘이라도 있는 걸까요? 설마 그럴 리는 없겠죠. 하지만 수많은 성지순례 댓글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긍정의 힘입니다.

“나는 나를 영원히 응원한다/나는 최고가 된다”

자기개발서의 가치는 읽은 뒤 깨달은 바를 실천해야 비로소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읽는 순간에 느끼는 위안은 아무런 미래도 보장해주지 않으니까요. 이 앨범의 마지막에 웃음기를 쫙 뺀 가사와 음악으로 청자를 ‘현자타임’으로 이끄는 ‘듣기만 해도 성공하는 음악’을 듣다보면, 시련을 극복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마냥 우스워 보이는 조빈. 어쩌면 이 광대야말로 어지러운 세상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현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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