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를 지배했던 서현철은 그렇게 한마디로 표현될 것 같다. 유독 이날 <라디오스타>에서는 7명의 남자가 한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이 자주 잡혔다. 7명의 시선을 받는 ‘한 남자’ 서현철에게는 이야기보따리 CG가 덧입혀졌고 MC들은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야기꾼’의 탄생이다.
"이것도 이웃 간의 갈등인가…?"
군대, 직장생활, 연극, 집안 에피소드 다 나왔으니 혹시 이웃 간에 분쟁에 관한 이야기는 없냐는 김구라의 채근에 서현철은 정말 이야기 보부상처럼 ‘이웃 간의 갈등’ 보따리를 하나 끄집어냈다.
예능계에 서현철과 같은 캐릭터는 실로 오랜만이다. KBS 2TV<서세원의 토크박스>나 SBS<야심만만> 그리고 SBS<강심장>과 같은 토크를 위한 토크쇼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꾼은 모습을 드러낼 기회 조차 없었는지 모른다. 지금 방영되는 토크쇼는 SBS<힐링캠프>처럼 한 사람의 이야기를 웃음과 감동이 있는 기승전결의 서사적 이야기로 다루거나 KBS 2TV<해피투게더>처럼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을 모아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뿐이다.
나쁘지만 착한 ‘괴물’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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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시키는 게 좋아` ⓒMBC |
<라디오스타> 역시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다는 점에서 <해피투게더>와 같지만 착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르다. <해피투게더>는 게스트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유재석의 진행은 착하고 편하며 모든 게스트에게 공평하다. 약간은 짖궃은 질문은 박명수가 담당하지만 프로그램의 색깔을 정하거나 흐름을 바꿀 만큼 정도로 강하지 않다. 5명의 진행자가 맡는 비중은 그라데이션 효과처럼 유재석을 시작점으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옅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데칼코마니 형제라 호칭되는 김신영, 조세호는 MC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반면 <라디오스타>는 짖궂다. 서현철이라는 이야기꾼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라디오스타>만의 이런 기질 때문이었다. <라디오스타>에는 착한 MC들이 없다. 그나마 착했던 MC 김국진은 최근 ‘시키기’와 ‘명령’에 재미를 들이는 중이다. <해피투게더>는 서태지가 출연을 결심하게 할 정도로 게스트를 편안하게 만드는 반면 <라디오스타>는 무서워서 출연을 거절했다는 연예인들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만 보면 <라디오스타>는 착하다. ‘<라디오스타>에서 홍보하면 잘 된다는 얘기가 있냐’는 김구라의 질문에 예매율이 달라진다고 답한 정웅인의 대답처럼 <라디오스타>는 다른 토크쇼보다 파급력과 스타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MC들의 얼굴에 씌워지는 늑대탈 CG처럼 그들은 집요하게 게스트를 물어뜯어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만족한다. ‘투덜이’ 서장훈이나 ‘다중이’ 강균성 캐릭터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건 <라디오스타>가 쉼 없이 물고 뜯으며 포장된 이미지가 아닌 본연의 캐릭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서현철 역시 <라디오스타>였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다.
서현철의 발견
서현철이라는 캐릭터가 조명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지 없이 반갑다. 공격적인 토크를 하거나 자극적인 리액션을 보여서 이슈가 되었던 지금까지의 스타들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현철은 단순히 노래 울렁증이 있어서, 노래가 하기 싫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 뿐이다. 서현철이 들려준 수많은 에피소드와 그것들을 잇는 서현철의 언변은 남을 헐뜯는 내용도 아니었고 자극적이지도 않았다.

`노래 대신 재미있는 얘기 할게요` ⓒMBC
개인기로 큰 웃음을 줬던 강균성과는 달리 서현철은 <라디오스타>에서 했던 이야기를 다른 토크쇼에서 똑같이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국 모든 예능 캐릭터의 개인기나 에피소드는 고갈되고 소모된다는 점에서 모든 반짝스타는 한계를 지닌다. 평생을 같은 개인기로 무한복제 할 수 없는 건 강균성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야기꾼 캐릭터는 또한 그렇다. 서현철이 만약 예능에 계속 출연한다면 이제 첫번째 관문을 매력적으로 통과했을 뿐이다.
대중이 사랑하는 건 처음에는 만들어진 캐릭터일지라도 마지막에는 사람 그 자체다. 반짜스타에 그치지 않고 살아남은 예능인들은 캐릭터가 아닌 사람으로 사랑받고 있다. 또다른 토크쇼에서 이야기를 이어갈 서현철이 기대되는 이유다.
byyym360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