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출연후 인지도 급상승
코믹 연기에 대한 애정 남달라
출연작 중 코미디 장르가 다수 차지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배우 강예원(35)은 소위 말하는 충무로의 ‘흥행 보증 수표’다. 천만 영화 ‘해운대’(2009)는 물론, ‘하모니’(2009), ‘헬로우 고스트’(2010), ‘퀵’(2011) 등 다수의 출연작이 300만 이상 ‘중박’을 터뜨렸다. 여러 편의 흥행작을 통해 몇 천 만 관객을 만났지만, 강예원이라는 배우는 대중에게 그리 친숙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스크린 밖에서 마주할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탓이다.
이제 강예원은 초등학생도 알아볼 만큼 친근한 배우가 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중들이 여배우에게 기대하는 소탈하면서도 억척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건 아니었다. 다만 강예원의 있는 그대로의 캐릭터가 흥미를 끌었다. 웃기려고 작정한 애드리브를 꺼리는 본인의 연기 스타일처럼, 예능에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기 보다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충실했다. 그러다 보니 위험 수위(?)의 발언을 평온한 표정으로 내뱉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여배우의 낯선 매력에 웃음이 터졌다.
사실 강예원에게 예능 출연은 인지도를 얻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과거 강예원에게 영화 현장 외 공간은 두렵기만 한 곳이었다. 막상 사람들 앞에 나서 보니 못 할 일은 없었다. 아직까진 대중의 시선을 넉살 좋게 즐기진 못하지만, 주위의 관심에 고마움을 느낀다.

▶“여자가 비뇨기과 의사는 무슨…”(앙숙 ‘길신설’이 비뇨기과 의사라는 걸 알게된 ‘왕성기’의 한 마디)=예능으로 주목받은 시기, 강예원은 본업인 배우로서도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연애의 맛’(감독 김아론ㆍ제작 청우필름)은 산부인과 의사인 남자 왕성기(오지호 분)와 비뇨기과 의사 길신설(강예원 분)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남성과 여성의 은밀한 ‘그 곳’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인공들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19금’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 점이 부각됐다. 홍보 방향과는 별개로 강예원은 풋풋한 설렘과 유쾌한 웃음, 찡한 정서를 두루 갖춘 로맨스라는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고 말했다.
“처음엔 욕도 많고 대사 수위도 더 높았어요. (오)지호 오빠와 첫 촬영할 당시 ‘잘 해보자. 많이 도와달라’고 했어요. 우리의 호흡이 좋아야 코미디가 잘 살아날 거라 생각했죠. 극 중 왕성기의 집을 둘러보면서 ”잘 사네, 이 시키!“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이 있잖아요. 계획된 애드리브가 아니라 그 때 그런 느낌이어서 툭 튀어나온 말이었어요. 다들 재미있어 해주셔서 다행이었죠. 오히려 웃기려고 작정하고 덤비면 관객들이 알아채고 안 웃는 것 같아요.”
‘연애의 맛’ 전부터 강예원은 코미디 영화와 질긴 인연을 이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코미디 장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보니 코믹 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코미디 영화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강예원은 시나리오에 그려진 모습 외에도 ‘길신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모태솔로들이 하는 것처럼 서투르고 유치한 행동”을 가미했다. 또 왕성기의 산부인과에 몰려온 손님들을 가로채기 위해 일장 연설을 하는 장면에선, 즉흥적으로 다단계 판매업자의 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강예원의 연구정신과 기발한 시도 덕분에 코미디 맛은 배가됐다. 그는 “같은 시나리오도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게 연기의 재미인 것 같다”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앞으로도 코미디는 독보적으로 잘 해내야지 하는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영화의 백미인 포장마차 씬도 강예원의 집념이 돋보인 장면 중 하나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강예원에게 만취 연기는 부담스러운 작업일 수 밖에. 공교롭게도 강예원은 ‘해운대’와 ‘퀵’에 이어 이번에도 포장마차 신을 연기하게 됐다. 영화에서 중요한 씬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평소보다 집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 장면만 15번 정도 찍은 것 같아요. 한 7시간 걸렸나? 원맨쇼이기 때문에 살짝만 어색해도 이 신은 망가지는 거고, 그게 영화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 비뇨기과 의사’, ‘사이즈 키워줄테니 오라’ 이런 대사가 처음엔 입에 안 붙더라고요. 다방커피(믹스커피) 마셔가며 촬영한 끝에 지금 장면이 나왔어요. 이거 아니면 끝이다, 집중하고 모든 걸 끄집어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더니 감이 잡히더라고요.”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사는 거 아니예요?”(비뇨기과 의사를 선택한 ‘길신설’의 사연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독백)=강예원이 유독 이번 작품에서 연기에 집념을 불태운 건, 앞서 실패를 경험한 시기의 영향이 크다. 대중에게 배우는 대표적인 흥행작으로 기억되지만, 최근 강예원은 ‘조선미녀삼총사’(2013), ‘내 연애의 기억’(2014) 등에서 흥행에 쓴 맛을 보기도 했다. 지금쯤 조바심이 나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덤덤했다.
“그래도 놀지 않고 작품을 쭉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어요. 예전부터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무조건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주위에선 ‘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은 뭘까’ 하지만 자신감이 아니라 믿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앞길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상황에서 갑자기 빛이 쑥 들어오진 않잖아요. 문을 하나씩 열어가면서 앞으로 나가야 빛을 볼 수 있겠죠.”
이처럼 의연하게 연기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신기할 만큼, 강예원은 대중 앞에 서는 직업과 맞지 않는 듯 보였다. 그간 예능에서 밝힌 모습은 남의 시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고,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이 조명받고, 촬영 때마다 새 얼굴들과 만나야 하는 직업을 두고 고민이 컸을 법 했다.
누군가로부터 선택 받아야만 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은 늘 있었다. 선택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힘을 보태준 건 주위 사람들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누군가 힘든 것 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고 챙겨준다. 공동체 작업이기 때문에 서로 돕고 화합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영화’가 되는 것 같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게 자신을 믿어주던 매니저, 동료, 스태프 서너 명은 어느덧 삼사십 명 이상의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힘을 받으며 강예원은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올곧고 괜찮은 사람이 돼야, 영화 현장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내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무서울 게 없다. 내 자신감은 주위 사람들에게서 오는 것 같다. 나 또한 힘이 돼주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주변 사람들을 입에 올리며 잠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대중들에게도 좋은 배우보다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연기는 그때 그때 달라질 수 있는 거니까. 예전보다 더 책임감도 생겼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강예원을 떠올렸을 때 ‘그 배우 좋아’ 하고 미소가 나온다면 그걸로 감사해요.”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