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들이 한때 협찬을 받아 5성급 호텔의 컨벤션센터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올린 게 관례처럼 보였었다. 일반인 결혼식에 대한 피로감이 생긴 지도 오래됐는데 하물며 이런 톱스타의 협찬 결혼식이 좋게 보일 리 없다.

결혼이 봉투를 들고가 얼굴도장 찍는 행사가 되면서, 주말에 지인 결혼식에 가는게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결혼을 마을잔치쯤으로 여기고 이웃끼리 상부상조할 때는 그런 결혼식을 열어도 상관 없지만, 지금은 문화라는 알맹이는 쏙 빠지고 축의금과 폐백 등 ‘뼈’만 남은 셈이다.
원빈-이나영이 원빈의 고향인 강원도 정선 덕산기계곡에서 올린 ‘작은 결혼식’이 내내 화제가 된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연예인의‘작은 결혼식’이 처음도 아닌데,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내 친구 한 명은 예식장을 잡기도 힘든데, 시골의 고향에서 가족친지만 초청해 자식의 결혼식을 시키겠다고 했다.
연예인은 일반인에게 삶의 양식과 처세의 기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왜냐하면 연예인의 선택에 대한 반응은 크게 나오기 때문에, 판단의 근거로 삼기에 좋다. 게다가 연예인들도 다른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 관찰예능이라고 하는 리얼리티물에서 일반인과 다름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동일시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이제 연예인의 말과 행동은 대중문화를 이끄는 트렌드이자 사람들의 여가와 문화, 그리고 멘탈까지 바라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기능하고 있다.
이 점에서 원빈과 이나영의 자연주의 결혼식은 좋은 영향을 미쳤다. 초록색 들판과 푸른 하늘, 대자연의 향기는 이들의 결혼식을 ‘협찬’했다. 그렇다고 호텔에서 결혼하는 연예인들이 찜찜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과도한 협찬을 받아 결혼하는 게 문제이지, 호텔에서의 결혼은 결코 비난할 게 못된다. 취향의 문제이고, 다양성의 문제다. 연예인이 일률적으로 원빈처럼 시골에서 결혼할 필요도 없다.
톱스타가 시골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 쪽이 웨딩이벤트업체들이라는 우스개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건 웨딩업체의 위기가 아니라 변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만하다. 업계에서도 판에 박힌 결혼식을 좀 더 인간적이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