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맛]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세컨 찬스’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수잔 비에르가 돌아왔다. 단순한 신작 얘기가 아니다. 복수와 용서의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 ‘인 어 베러 월드’(2010)에 이어 또 다시 선악의 모호한 경계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앞서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2012), ‘세레나’(2014)에서 그녀의 장기를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면, 신작 ‘세컨 찬스’(수입 ㈜콘텐츠게이트ㆍ배급 ㈜영화사 오원)에서 다시 날을 벼른 감독이 반가울 법 하다.

정의로운 형사 안드레아스(니콜라이 코스터 왈도)는 전과자 트리스탄(니콜라이 리 카스)과 그의 애인 산느(리케 메이 안더슨)의 집에서 오물 속에 방치된 아기 ‘소푸스’를 발견하고 분노한다. 그러던 중 안드레아스는 불의의 사고로 아들 ‘알렉산더’를 잃고, 심신미약 상태인 그의 아내 안나(마리아 보네비)는 큰 충격에 빠진다. 안드레아스는 급기야 트리스탄의 집에 몰래 잠입해 자신의 죽은 아기와 트리스탄의 아기를 바꿔치기하는 일을 저지른다. 


‘세컨 찬스’는 선량한 형사와 비열한 전과자라는 양 극단의 인물을 내세워 출발한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견고해 보였던 선악이라는 구도는 모호해진다. 안드레아스는 아이를 바꿔치기한 뒤 아내와 함께 ‘우리가 학대당한 아이를 구한 것’이라고 자위한다. 하지만 선의에서 벌인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유괴이고 범죄 행위다. 어느 시점엔 그의 행동이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 맞는 지도 의문스러워진다. 죽은 아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소푸스를 데려올 구실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안드레아스는 소푸스가 트리스탄의 집보다 자신의 집에서 자라는 것이 아이에게 더 나은 길이라고 확신한다. 남루한 집이지만 친부모의 품에서 자라는 것과 안정된 가정에서 양부모에게 길러지는 것, 어느 쪽이 아이에게 최선일 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안드레아스의 ‘선의’는 편견이자 오만인 것으로 판명된다. 그는 산느가 전과자의 애인이고, 윤락일을 한다고 해서 모성애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다. 하지만 산느는 안드레아스가 몰래 두고 간 아기가 자신의 아들인 소푸스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또 소푸스를 잃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망가져 간다. 안드레아스는 그녀에게서 여느 어머니와 다름 없는 모성애를 발견하고 점점 더 큰 죄책감에 짓눌린다.

결국 ‘세컨 찬스’의 등장 인물 모두 100% 선량하거나 악한 인물이 아니다. 이들 아니라 누구라도 살다보면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해 온 반군 지도자가 부상을 당해 실려왔을 때, 의사는 그를 치료해야 할 지 죽게 내버려둘 지 고민한다. (‘인 어 베러 월드’) 생애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사랑을 만난 엄마는 딸의 행복과 자신의 인생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다시, 뜨겁게 사랑하라’) 상황에 따라 선량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고, 악인으로 낙인 찍힌 이도 선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선한 의도로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 불행을 가져오고, 나쁜 의도에서 벌인 일이 예상치 못한 해피엔딩을 가져오기도 한다.

안드레아스의 선택은 모두를 불행에 빠트리지만, 영화는 파국에서 끝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수잔 비에르 감독은 인간이 늘 도덕적인 선택을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도덕적 딜레마 앞에서 고의든 사고든 누구나 잘못된 길에 들어설 수 있다. 순간의 선택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그건 너무 잔혹하다. ‘세컨 찬스’의 결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고, 이를 반성하고 바로 잡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만족 지수 ★★★★)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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