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쉽다 친근하다 빠져든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쉽다. 편하다. 친근하다. 백종원을 요약한 단어들이다. 그의 화법은 친근하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부담없이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요즘 TV 예능 자막에서 “해봤슈” “쉽죠잉-” 등 충청도 대화체가 간혹 나오는 것도 그의 영향이다. 백종원은 기자에게 “방송을 보면 내가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어리숙한 캐릭터 느낌이 나는데, 편집의 힘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종원의 요리는 ‘만능간장’ 등 일상적인 게 많다. ‘삼시세끼’가 일상을 탈출한 남자들의 이야기라면 ‘집밥 백선생’은 일상의 공간속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백종원이 쉽게 요리하는 걸 보고 있으면, 요리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한번 만들어보고싶어진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실제로 집에서 백종원이 방송중 보여준 레시피대로 요리를 해본다고 했다. 


이 점에서 백종원은, 요리쇼를 펼치며 집에서 만들어보기 힘든 요리를 하는 최현석과 차별화돼 있다. 구수하고 때로는 약간 투덜거리는 거의 화법이 그런 그의 요리 스타일과도 잘 어울린다. 백종원은 관찰예능에 잘 어울린다.

백종원이 방송에서 하는 화법은 알고보면 뛰어난 전략이다. ‘마이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도 “백종원 씨는 오랜기간 사업을 하면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데 능숙하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요리를 하다가, 특히 설탕을 넣거나 재료를 듬뿍 넣어야 할때는 살짝 눈치를 보는듯 시선을 약간 돌려 시청자를 바라본다. ‘마리텔’에서는 채팅창쪽으로 시선을 향한다. 그리고는 첨가하는 재료의 양을 알려주고 이에 대한 변명을 한다.


설탕을 세 스푼 반 넣어라고 하면서 “결코 많은 양이 아니다”며 슈가보이를 의식한 발언을 하고, 또 “설탕은 당뇨, 고혈압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말까지 한다.

백종원은 자신이 설탕을 넣는 장면이 폭포수로 CG 처리가 되는 걸 약간의 투덜거림으로 응수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백종원은 자신의 방법을 확실히 이야기 하고, 자신과 다른 상대방의 방식에 대해서도 인정해준다.

가령, ‘집밥 백선생’에서 1년내내 반찬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만능간장’의 레시피를 알려주면서, 돼지고기 간 것(3컵)에 간장(6컵)과 설탕을 넣고 끓여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비율이 절대법칙은 아니에요”라고 한다. 종이커피를 마시던 그는 “커피믹스는 물과 종이컵이 1대1 비율로 타먹어야 맛있다”면서도 “개인 취향이다”라고 단서를 붙인다.

‘집밥 백선생’의 고민구 PD는 “백종원 씨는 (자신이 하는 게) 잘 안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른 것,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식이다”면서 “이는 그 분의 자신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이 “전문가이면서 전문가의 오류에 빠지지 않게 한다”(정덕현)는 것이다.

우리 나이로 50세인 백종원은 20대도 잘 못하는 인터넷 실시간 소통을 잘한다. 1인 인터넷 생방송 대결인 ‘마리텔’에서 재빨리 채팅창을 보고 응답을 한다. 과거 1년 정도 인터넷 게임에 빠진 적이 있어 그 부분은 자신있다고 했다.

백종원은 “‘마리텔’에서는 글을 올려주신 분에게 반응을 해드려야 한다. 사람들은 나의 반응이 투덜댄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가 얼마나 소통을 잘하는지는 ‘마리텔’만 봐도 알 수 있다. ‘마리텔’은 출연자가 조금만 방심해도 시청률이 쑥 빠져나가는, 매우 힘든프로그램이다. 홍석천은 “(채팅창을) 읽으면 휘둘리고, 안 읽으면 안 읽는다고 뭐라하거나 ‘노잼’이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출연자 입장에서 볼때 “어떡하라고”가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누리꾼들이 올린 채팅창을 일일이 읽으면서 대응하고 있다.

자신의 방식을 수수하고 친근하게 말하면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반론과 변명, 투덜거림으로 응수하면서 상대방의 방식도 인정해주는 백종원 소통법이 요즘 대중에게 잘 먹히고 있다. 그의 투덜거림은 찌질한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다.

요리예능은 지금 한국의 대중문화를 이끄는 트렌드이자 사람들의 여가와 문화, 그리고 멘탈까지 바라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기능하고 있다. 백종원은 외식업계의 대부답게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창의적인 요리 레시피를 전수하고, 사람 좋은 미소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재미의 중심축까지 맡고 있다. 그는 관찰예능 시대의 스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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